“여권 없는 중국인 많다”는 영화 ‘청년경찰’ 대사 사실일까?
“여권 없는 중국인 많다”는 영화 ‘청년경찰’ 대사 사실일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2.09.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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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본 한중 관계 30년, 재한 조선족 30년’ 주제로 학술대회 열려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주최, 재외동포재단·한국학중앙연구원 후원
조영관 변호사 “조선족 동포 이미지 자극적으로만 사용돼” 지적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2017년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서준 강하늘이 주연으로 나오는 ‘청년경찰’은 경찰대학교에 들어간 잘생긴 두 학생이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조선족동포들이 많이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이다. 범죄조직이 여성을 납치해 불법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반인륜 범죄를 매우 사실감 있게 그렸다. 그런데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기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요.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

조선족동포가 범죄자로 들장하는 영화가 ‘청년경찰’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개봉한 ‘황해’에서는 연변 출신 면정학(김윤석 연기)이 살인청부업자로 나와 엽기적이게도 자기가 먹던 커다란 족발 뼈를 마구 휘두르며 상대방을 죽인다. 올해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범죄도시 2’에서는 정의의 형사 마석도(마동석 연기)가 불법체류자 조선족동포인 장이수(박지환)의 약한 신체 부위(?)를 꽉 잡는데 관객들은 코믹한 이 장면에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린다.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지난 9월 16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가 주최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조선족 동포들의 평범한 일상은 알려지지 않고 몇몇 범죄자들만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돼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영화 가운데 ‘청년경찰’을 예로 들며 “아무리 영화나 소설과 같은 예술영역이 현실 너머 가공의 세계를 그리는 창작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는데 이 영화는 이러한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화에서는 “여권이 없는 중국인이 많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조 변호사의 말. 법무부 ‘불법체류외국인현황’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전체 불법체류자 24만 명 중 중국동포는 1천 명으로 1%도 되지 않는다.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고, 경찰도 잘 안 들어온다”는 대사도 허구다. 국책연구기관인 이민정책연구원의 2016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체류 외국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 국적 외국인(조선족 포함)도 10만 명당 1,439명으로 3,281명인 내국인의 절반이다.

그렇다면 왜 감독은 객관의 사실과 정반대 내용으로 조선족동포를 영화에 등장시켰을까? 개봉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감독은 “지금 한국 사회를 얼어붙게 하는 대상을 찾다 보니 구조상 이렇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자, 조선족동포들이 국내로 들어온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내가 바라본 한중 관계 30년, 재한 조선족 30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박우 한성대학교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 김용선 KC 동반성장기획단 이사장, 곽재석 한주이주동포정책연구원장,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위원, 조영관 변호사,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국장 등 조선족동포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한 가운데 4개 세션의 주제(△재한 조선족 사회의 형성과 변화 △국내 거주 조선족의 정치 참여와 세대 및 단체 생활 △법과 제도, 경제 △재한조선족과 한국 사회의 상호 이해)가 발표됐다. 조영관 변호사는 이 가운데 제4세션 주제 ‘재한조선족…’를 다뤘다.

그가 인용한 2022년 7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는 208만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가 252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국경이 통제되고 국내 입국 외국인이 감소하면서 196남 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 인구가 70만 명이고 광주광역시 인구가 150만 명임을 고려하면 208만의 체류 외국인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이주민 혐오와 배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2.27점으로 3년 전인 2018년 52.81보다 더 낮아졌다.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절반 수준인 50점대에 머물렀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성인과 달리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71.39로 우리나라 성인보다 크게 높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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