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 김종서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래에 거칠 것이 없에라
김종서(金宗瑞, 1383~1453)는 조선전기의 문신, 군인, 정치가이다. 호는 절재(節齋)이다. 단종의 충신 중 한 명으로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몰아치는 북풍은 나뭇가지를 스치고 중천에 뜬 밝은 달은 눈으로 덮인 산과 들을 비춰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데, 변방 성루에서 긴 칼로 짚고 서서, 휘파람 길게 불며 큰소리로 호통치니 세상에 꺼릴 것이 없다는 시조로 살을 에는 듯한 북풍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윙윙 불고, 겨울밤의 밝은 달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대지를 차갑게 비추는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국경 지대 외딴 성에서 큰 칼 힘주어 짚고 서서, 북방을 노려보며 긴 휘파람과 크게 한번 질러 보는 고함에 거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용맹한 장수의 기개가 잘 나타난 작품이다.
* 현대시조
금
- 이광녕
벽에 금이 가는 것은
바깥이 그리워서다
깨어진 항아리는
참 자유를 얻었나니
너와 나 금이 간 것도
벽을 허문 몸짓인 걸
이광녕(李廣寧, 1948~)은 1993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시인이다. 금이란 말은 깨진 틈이란 뜻으로 금이 간다는 것은 파괴되어 감을 말한다. 그런데 시인은 이 ‘금’이란 작품에서 ‘금’을 초장에서는 벽 안에서는 답답하여 밖이 그리워 깨어지는 것이라 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항아리가 금이 가 깨진 것은 참된 자유를 얻은 것이라고 아이러니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이 금이 인간 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즉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 금이라고 낯설기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