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진핑 제3기 체제 개막… 전랑(戰狼)외교 지속될 듯
[기고] 시진핑 제3기 체제 개막… 전랑(戰狼)외교 지속될 듯
  • ​​​​​​​신봉섭(전 주선양한국총영사, 광운대 초빙교수)
  • 승인 2022.10.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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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정오 중국의 시진핑 제3기 신 지도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동대청 레드카펫 위에서 세계 언론에 첫선을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시진핑 1인 중심의 집중통일영도체제 출범이다. 마오쩌둥 이후 첫 장기집권 지도자다.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9,671만 당원을 대신하는 2,296명의 당대표가 모여 진행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는 19기 당중앙 업무보고 추인 및 당헌(黨章) 개정안 통과와 함께, ‘중국식 현대화’ 노선을 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진군하는 전략적 배치계획과 향후 5~10년 기간 당과 국가사업의 발전 목표를 제시했다. 당 대회 폐막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의 ‘신시대 새 장정(長征)의 길’ 선언은 ‘중국식 현대화’를 향한 새 출발을 의미한다.

이어서 10월 23일 제20기 1중전회를 개최하여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 및 총서기를 선출하고,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한 시진핑 3기 체제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으며, 향후 대외정책 기조는 어떠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중국 CCTV넷]

우선 ‘중국식 현대화’의 독자 발전노선 선택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치의 미래 지향은 분명하다. 중화문명의 정체성 회복과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이다. 중국식 현대화는 곧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특색사회주의 현대화다. △인구 대국의 현대화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융합하는 현대화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현대화 △평화발전 노선의 현대화이다.

시진핑 신시대는 개혁 개방 시대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이다. 지난 40년 개혁개방을 통해 깨어난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여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참여함으로써 번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진핑 3기 출범은 개혁개방 시기의 피동적 동참이 아니라 중국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세계에 표방했다. 그 구체적인 청사진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시될 예정이다.

둘째, 중국 정치권력 시스템의 전환이다. 마오쩌둥 시기 권력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에 의해 정착된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집중통일영도’체제로 대체되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위원 간 대등한 위치에서 합의제로 운영되던 시스템으로부터 시진핑 1인 최고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상무위원 협의체 형태로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되었다.

기존 중국공산당 운영시스템의 핵심 이론인 ‘민주집중제’와 ‘집단지도체제’라는 두 개의 축에서 한 축이 무력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당정분리 및 당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던 정치개혁은 동력을 잃었다. 파벌간 견제시스템이 사라짐에 따라 정책경쟁보다 오히려 충성경쟁을 부추겨 내부갈등 촉발 소지와 체제 경직성이라는 취약성을 노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경제전략이 성장 우선에서 ‘공동부유’를 지향하는 질적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다. 공동부유 달성 추진과제로는 ▲분배제도 개선 ▲근면 노동을 통한 부 축적 격려 ▲기회의 공정성 촉진 ▲취업 우선 정책 강화 ▲사회보장 시스템 보완을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자강’ 대응을 피력했다. ‘중국식 현대화’ 목표를 공동부유 실현으로 달성해 보이겠다는 선언이다.

수정된 당헌(黨章)에는 공동부유, 녹색경제, 쌍순환과 같은 시진핑의 주요 정책개념이 전폭적으로 반영됐다. 리커창 총리의 퇴진 및 후춘화 부총리의 실각과 함께 기존 경제라인의 주축인 류허(劉鶴) 부총리,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郭樹淸) 은보감위 주석, 류쿤(劉昆) 재정부장 등이 모두 중앙위원에서 제외됨에 따라 현행 경제사령탑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시진핑 주석이 업무보고에서 경제와 국가안보의 균형 유지 및 기술자립을 강조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 대만문제 해결을 위한 전면적인 공세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헌(黨章) 개정안에는 처음으로 대만독립에 대한 단호한 반대 및 억제 의지를 명기했다. 종전의 ‘조국통일 대업 완성’이라는 원론적 표현에서 더 나아가 무력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의 대만 통일 의지를 공식화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사용 포기를 결코 약속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년간 대만해협을 관할했던 허웨이둥(何衛東) 동부전구사령관을 2계단 뚸어넘어 군사위 제2 부주석에 발탁한 것도 대만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강력한 의중을 반영한다. 시진핑 3기 장기집권의 명분으로 대만 통일을 내세움에 따라 향후 대만해협의 군사적 갈등은 더욱 증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3년 11월 호남성 농민들과 함께
2013년 11월 호남성 농민들과 함께

1인 독주시대 개막… 후계구도 보이지 않아

시진핑 3기 체제는 신지도부를 전원 친위세력으로 교체함으로써 계파간 견제가 사라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미래 5년 또는 그 이상의 권력 향배에서 시진핑 ‘1인 독주’ 시대 개막을 알렸다.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를 필두로 ‘개혁개방의 젊은 피’를 상징하며 등장했던 공청단 인맥은 리커창 총리, 왕양 정협주석의 퇴진에 이어 후춘화 부총리가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함에 따라 지난 40년간 계파정치의 한 축을 형성했던 ‘퇀파이’(團派: 공청단파)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또한 한정 제1부총리 퇴진을 마지막으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 시대도 종말을 고했다.

후계 권력 구도도 보이지 않는다. 시 주석이 5년 이후 세대교체를 통해 권력을 인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번 신 지도부 인사교체에서 ‘칠상팔하’(七上八下) 은퇴와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는 모두 깨졌다. 오로지 시진핑의 판단에 따라 ‘능상능하’(能上能下: 능력이 되면 진급하고 능력이 안 되면 퇴진한다) 원칙이 적용되었을 뿐이다. 4명의 신임 상무위원 중에서 차이치(蔡奇, 67세)와 리시(李希, 66세)는 과도 인물이고, 리창(李强, 63세)과 딩쉐샹(丁薛祥, 60세)이 차세대 발탁에 해당되지만, 이들 2명이 차기를 예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진핑 4기까지 10년 더 장기집권 가능성이 예견되는 이유다. 불투명한 후계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시진핑을 핵심으로 ‘집중통일영도’체제의 권력집중을 강화하고, 이를 당헌(黨章)에 명기했다. 수정된 당헌에는 시진핑의 당중앙 및 전당의 핵심 지위 확립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으로 용어 간결화는 未실현)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의미하는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도 새롭게 포함됐다. 여기에 이를 실행에 옮길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가 결합되었다. 시진핑 총서기의 핵심 지위와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결연히 수호한다는 내용이다.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는 사실상 당원들에게 시진핑 권위에 대한 충성을 의무화한 것과 다름없다. 시진핑 체제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이정표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시 주석에 대한 ‘인민의 영수’ 호칭이 당헌에 삽입될 것이라는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신 지도부 경제 라인은 나아가 중앙 경제정책 및 실무 경험이 취약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임 총리에 내정된 리창은 중앙정부 경험이 없고 제1부총리를 맡게 될 딩쉐샹은 경제 실무와 지방정부 수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경제정책에 국가주도의 통제와 이데올로기 성향이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행 경제라인의 리커창 총리 은퇴 및 후춘화 부총리 좌천과 함께 류허(劉鶴) 부총리,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郭樹淸) 은보감위 주석, 류쿤(劉昆) 재정부장 등이 모두 중앙위원에서 제외된 점은 그동안 경제 실패에 대한 인책 경질로 해석된다.

미중경쟁 치열해질 듯… 늑대외교도 지속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심의 초점은 시진핑 3기 체제의 외교정책과 경제기조 측면에서 모인다. 특히, ‘중국몽’을 외치며 미국에 태평양을 함께 나누자고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했던 시진핑 주석이 견고한 집권 3기 권력체제를 기반으로 당면한 미중 갈등과 경제 슬럼프를 딛고 재(再)부상하여 굴기외교(崛起外交)를 이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선, 대외정책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막연설에서 시 주석이 방점을 두고 있는 ▲과학기술 자강 ▲중국식 현대화 ▲대만과의 통일 목표는 분명하게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쿼드 압박과 IPEF, 칩4 동맹의 디커플링에 맞서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라는 명분의 반미 통일전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SS)에서 중국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하고, “중국이 국제질서를 재형성하고자 하는 의도와 그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힘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은 장기적인 체제경쟁 형태의 지구전이 될 것이다. 시진핑 3기에는 강성으로 알려진 왕이(王毅, 69세) 외교부장이 정치국원에 발탁되어 최고 외교사령탑을 이어받게 됐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전랑(戰狼) 외교의 틀을 바꾸거나 타협 방식으로 전환되기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둘째는 중국경제의 미래 향방이다. 당면한 과제는 분배 문제와 경제구조의 질적 전환이다. 관건은 기술 자립, 내수 부양 및 친환경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과연 조기에 연착륙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 대회 업무보고는 전례 없는 ‘검소한 정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역풍에 직면한 대외경제를 내수경제 중심의 자력갱생으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굴복 또는 타협하지 않고 ‘중국식’ 경제회생의 ‘마이웨이’를 견지할 전망이다.

지난 시진핑 집권 10년을 돌아볼 때, 2012년 11월 전 세계는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새 지도자가 중국을 더 개방적이고 활력 넘치는 국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진핑을 맞았다. 10년이 지난 오늘의 중국은 권위주의 귀환이라는 그림자와 함께 미국의 견제, 성장 둔화, 빈부 격차 등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에는 자유와 개방보다 국가주도의 통제와 침묵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도 시진핑 집권 10년 동안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8조5,322억 달러에서 2021년 17조7,3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1인당 GDP도 2012년 6,300달러에서 2021년 1만2,556달러로 늘었다. 지금 시진핑 체제는 중국 전통의 실패한 옛길도 아니고 서구의 보편적인 근대화의 길도 아닌 새로운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시진핑 3연임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자신감’과 ‘위기감’에 있다. 2021년 ‘첫 번째 100년’에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넘어 기본적인 풍요와 국가 기틀을 갖췄다는 것이 자신감이라면, ‘두 번째 100년’의 목표는 국제 열강이 방관하지 않을 수많은 ‘도전’이 앞을 가로막을 것이란 위기감이다.

국제사회에는 시련의 ‘중국몽’을 끝내 실현하겠다는 권위주의 체제의 독주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 그 같은 우려는 당 대회 직후 홍콩증시 폭락 등 ‘차이나 런’(중국 회피)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는 안팎의 도전과 위기를 뚫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안정 우선의 흐름도 읽힌다.

우리 해외동포들도 중국경제의 미래 향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다. 그리고 중국의 불투명한 시스템에서 단번에 어떤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도 무의미하다. 중국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점에서 명철한 눈으로 중국의 미래를 통찰하는 전략적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소개
신봉섭 전 주선양한국총영사, 국제학 박사, 광운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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