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4] 올레길과 둘레길
[아! 대한민국-214] 올레길과 둘레길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11.26 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걸음마는 저 혼자 걷기 위한 첫걸음이다. 걸음마로 비로소 한 사람으로 서서 자기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이며,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곧 한 사람 인생의 도정이기도 하다. 걸음으로써 이 나라, 이 땅이 내 고향 내 나라임을 확인하고, 내가 이 나라 이 고장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나라, 내 고향에 대한 사랑을 온 몸으로 깨닫는다. 사람은 걸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가를……

여러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된다. 그러나 지도자는 자기 스스로 길을 내면서 간다. 백범 김구 선생이 삶의 좌표로 삼았던 시(詩)에 이런 것이 있다. “눈밭 속을 가더라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제주에 올레길이 생긴 것은 2007년이다. 제주 출신으로 스페인에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한 여성이 올레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올레는 “집에서 거리까지 나가는 작은 길”이다. 이 길은 번듯한 포장대로가 아니라 아기자기 이어진 작은길이다. 길에서 길로 이어져 전 제주 해안을 잇는다. 놀멍쉬멍(놀면서 쉬면서) 걷는 26개 코스가 425.3km나 된다.

이렇게 올레에서 시작된 걷기 바람은 이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산의 주변을 도는 둘레길과 바닷가와 강가를 잇는 해안길과 냇길이 생겨났다. 지리산 둘레길과 치악산 둘레길, 소백산 자락길, 북한산 둘레길이 잇따라 등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자체에서는 수도 없이 무슨 무슨 길이 생겨나고 있다. 해안을 따라 걷는 부산 갈맷길, 포항의 호미반도 둘레길, 섬을 한 바퀴 도는 남해 바래길도 태어났다.

더 크게는 국토 전체를 U자로 도는 코리아 둘레길이 생겼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걷는 동해안의 ‘해파랑길’은 2016년에 열렸다.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고성의 통일전망대를 잇는 750km의 먼 거리를 걷는 길이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보며 파도 소리 벗 삼아 걷는 이 길은 50개 코스로 이어져 있다.

부산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가는 남해안의 ‘남파랑길’도 완성되었다. 남녘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90개 코스, 140km의 긴 행로다. 이 가운데 11개 코스는 남해 바래길과 동행한다. 바래길 231km는 남해 가천의 다랭이 마을, 금산의 보리암, 물미해안 등 관광 명소를 끼거나 품고 있다.

남에서 북으로 서해안을 잇는 길, 서에서 동으로 반도를 가로지르는 길도 속속 열리고 있다. 해남에서 강화로 이어지는 ‘서해랑길’이 열리고 강화와 강원 고성을 잇는 ‘DMZ 평화의 길’도 열렸다. 이 모든 길을 서로 연결하면 코리아 둘레길의 총 연장은 4,500km나 된다. 서울-부산 거리의 10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5.7배다. 경기도 외곽 2000리(860km)를 연결한 경기 둘레길도 개통되었다. 그야말로 ‘걷는 대한민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둘레길, 올레길이 생기면서 걷기 운동이 불기 시작했고, 걷기는 한국민의 건강유지와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 길을 걸으며 누구는 건강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누구는 재기의 꿈을 키울 것이다. 해외에 있다가 조국에 돌아와 마음먹고 둘레길 올레길을 걸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국의 땅을 밟는 것만도 벅찬 일인데 조국의 산하를 걷는 것이야말로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확인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