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㉒] ‘내해 좋다 하고’와 ‘내가 어느 천 년에’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㉒] ‘내해 좋다 하고’와 ‘내가 어느 천 년에’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12.10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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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내해 좋다 하고
- 변계량

내해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녀든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생긴 대로 하리라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은 고려 말기·조선 전기의 학자로 호는 춘정(春亭)이다. 이 작품은 삶의 지혜를 접할 수 있고, 특히 대인 관계에서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작품으로  초장에서는 이기주의에 빠지지 말고 자기 정도(正道)를 지키라고 가르쳤고, 중장에서는 남이 한다고 덩달아 하지 말고 바른 길이 아니면 따르지 말라는 입신유의(立身有義)를, 종장에서는 타고난 착한 심성으로 순천(順天), 순명(順命)의 천리(天理)를 따르라고 하고 있다. 특히 종장의 ‘천성을 지키어 생긴 대로 하리라’에 담긴 깊은 뜻은 자기 분수를 알아 행하고 실천하라는 의미가 강하다. 

* 현대시조

내가 어느 천 년에
- 김남환

내가 어느 천 년에 구천동 홍엽(紅葉)이 되랴
목숨의 골짜기에 붉은 진액 다 쏟고
먼 하늘 끝자락에 눕는 하얀 바람이 되랴

 
김남환(金南煥 1933~2020)은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을 지낸 시인이다. 내가 어느 먼 날에라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붉게 물들어 자태를 뽐내는 구천동의 홍엽(紅葉)이 될 수 있으랴. 아무래도 까마득하다. 하지만 곱게 단풍이 든 홍엽(紅葉)이 되어 삶의 골짜기에 삶의 진한 생명 기운을 다 쏟아내고 나면 저 먼 하늘의 끝자락에 누워 자연의 기운 흠뻑 담은 무색무취의 바람이 될 수 있으랴. 그렇게 되고 싶다. 자연 속에 자연이 되고 싶은 지은이의 희원이 담긴 시조 작품이다. 최선의 삶을 살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심성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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