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②] 단군신화와 철학
[아! 대한민국②] 단군신화와 철학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1.09.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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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본지 고문의 연재 2탄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일찌기 단재 신채호 선생은 우리 역사를 ‘나’와 ‘나 아닌 것’의 투쟁의 역사라고 갈파했다. ‘나’를 지키고 키우려는 싸움이 ‘나’안에서, 또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것이 우리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우리’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단군설화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설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단군설화는 함축하여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紀異) 제1권에 나오는 단군설화는 이렇다.

“옛날에 환인(桓仁)의 서자인 환웅(桓雄)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대백이 홍익인간할만함을 굽어보고, 이에 천부인 세 개를 주며 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웅이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 부근에 내려와 신시(神市)라 하고 일컬어 환웅천왕이라 하였다.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형(刑), 선악(善惡)등 인간의 무릇 3백6십여가지의 일을 주관하며 재세이화(在世理化)하였다.

이 때에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에 살면서 항상 신 환웅에게 기도하되, 화하여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이에 환웅은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날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의 형체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하였다.

곰은 그것을 먹으면서 21일 동안을 기(忌)하여 여자의 몸을 얻었으나, 범은 기하지 않아 사람의 몸을 얻을 수 없었다. 웅녀는 혼인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매양 신단수 아래서 잉태하기를 빌었다. 환웅은 이에 잠시 사람으로 화하여 그녀와 혼인하였다. 웅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단군왕검이라 이름하였다….”

단군설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우리 한민족은 바로 천손(天孫), 하느님의 자손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자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것과 함께 하느님의 자손답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단군설화가 던져주는 두 번째 메시지는 우리 민족의 탄생 자체가 매우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이라는 사실이다. 하늘에는 하느님이 계시고, 땅에는 동물이 있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오신 환웅이 땅의 동물인 곰과 결혼하여, 단군이라는 우리 민족의 조상을 탄생시켰다는 것이 단군설화의 요점인데 이 설화에는 천∙지∙인(天地人)삼재(三才)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하고(究天人之際) 만고의 역사에 통하는 것(通萬古之變)이 인문학인 바, 단군설화 자체가 곧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인문학적 교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역사에 철학, 인문학이 담긴 건국설화를 갖고 있는 경우는 우리말고는 없다. 이렇게 단군설화가 갖고 있는 철학성은, 우리 민족의 민족성과 문화패턴을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다르게 하였다. 불교와 유교를 받아들이되, 인도와 중국보다 그 철학과 영성을 더 심화시키게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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