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미주총연, 소송말고는 해법이 없을까?
[이종환칼럼] 미주총연, 소송말고는 해법이 없을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23.03.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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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점철의 역사 또 덧붙여서야...해법을 찾는 게 리더십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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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중국 옛이야기 한편을 최근 SNS로 전달받았다. 춘추시대 제(齐)나라 안영(晏婴)의 일화였다. 안영은 제나라 제후 장공(庄公)와 경공(灵公)때의 지혜로운 신하였다.

제나라 경공은 새 사냥을 좋아했다. 그는 촉추(烛邹)라는 사람에게 잡은 새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런데 촉추가 실수해서 새들이 모두 도망가고 말았다. 화가 난 경공은 촉추를 죽이라고 명했다. 이를 본 안영은 “촉추에게는 세 개의 죄목이 있다”며, “촉추의 죄를 지적한 다음 죽여도 늦지 않으니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경공의 허락을 받은 안영은 촉추를 불러와 죄를 따졌다.

"너는 세 가지의 죄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관리를 소홀히 하여 새들을 놓친 죄, 두 번째는 우리 임금이 새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만든 죄이다. 세 번째는 또 이 일로 다른 나라 임금들이 제나라 군주는 사람보다 새를 중히 여긴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죄이다“

이렇게 추궁한 안영은 촉추를 죽이라고 했지만, 부끄러워진 경공은 촉추를 풀어주었다는 고사다. 이 고사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실려 있다. 이 고사를 보면서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최근 소송을 떠올렸다.

미주총연은 지난 2월 17일 같은 이름을 쓰는 정명훈 회장을 페어팩스 순회 법원에 고소했다. 그동안 총연 소송전의 한 축을 이뤘던 워싱턴의 챕 피터슨 로펌이 소송을 맡았다. 변호사 비용은 공동총회장과 이사장, 회원 모금으로 충당했다. ‘미주총연’ 로고와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과, 총회장 행세를 하지 말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현지의 한인매체는 “어렵사리 통합하고 조직을 새롭게 했던 제29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회원들 간 소송전으로, 그리고 자신들이 정통총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동명이단(同名異團)을 소송하면서 점점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지고 있다”면서, “250만 미주동포사회를 대표한다는 ‘미주총연’의 앞날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회원들만 도탄에 빠지는 점점 막장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현 상황의 해법이 소송밖에 없을까? 미주총연은 지난 10년간을 소송으로 허비했다. 2011년 제24대 총회장 시기에는 유진철-김재권 회장 소송, 제25대 이정순 회장 말기에는 이정순-김재권 회장 소송이 진행됐다. 2017년 27대에는 김재권-박균희 회장 소송, 2019년의 제28대 회장 선거때는 박균희-남문기 회장 소송이 진행됐다. 이 소송전으로 남문기 회장은 미주한인회장협회(미한협)라는 새로운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분립해버렸다.

이어 29대 회장 선거도 소송으로 치달을뻔했다. 미주총연에서 두 개의 선관위가 구성되고 김병직, 국승구 회장이 각기 당선됐기 때문이었다. 미한협은 따로 서정일 회장을 선출해 취임식까지 가졌다.

그런 가운데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서 2022년 덴버 총회에서 국승구 김병직 공동회장, 서정일 이사장의 현 체제가 출범했다. 재외동포재단과 주미대사관은 지난해 7월 미주총연의 통합을 인정하고, 분규단체 지정을 해지했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9월 정명훈 중남부연합회장이 또 다른 미주총연을 출범시킨 것이다. 정명훈 회장은 제28대 박균희 회장이 차기회장 선출을 위임한 조정위원회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선관위에서 선출됐다면서, ‘정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발해 국승구, 김병직 공동회장과 서정일 이사장측이 지난 2월 소송을 걸었다. 재외동포재단과 주미대사관이 인정한 미주총연이니, 정명훈 회장은 미주총연의 이름과 로고를 쓰지 말라는 소송이었다.

제나라 안행의 일화를 보면서 미주총연을 떠올린 것은 이런 소송때문이었다. 소송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미주총연의 소송으로 이정순 김재권 회장은 많은 사비를 지출했다. 박균희, 남문기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뿐 아니라 소송은 미주총연을 다시 분규단체로 만들 우려가 높다. 스스로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시간도 걸린다. 올해 말로 끝나는 29대 안에는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설령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 된다.

소송은 또 소통도 막는다. 법으로 하자는 것과 만나서 해법을 찾는 것은 다르다. 소송을 진행하는 사이에 서로 반감도 깊어진다. 미주총연 연혁에 또다시 소송이라는 먹칠을 하나 덧붙이는 결과도 만든다. 기분풀이는 될지 몰라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미주총연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데 소송말고 다른 해법은 없을까? 국승구 김병직 서정일의 미주총연은 ‘야합’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총연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번에도 또 ‘총연의 미래’를 위해 또한번 비난을 무릅쓰고 리더십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필자는 연전에 미주총연 통합을 제안하면서 ‘삼국지’의 서문을 소개한바 있다. “도도한 장강의 물, 동쪽으로 구비치고/ 무수한 영웅들도 물보라에 사라졌네/ 시비성패도 고개 돌려보면 부질없는 일/ 저녁놀만 수없이 붉게 타올랐을 뿐.(滾滾長江東逝水, 浪花都盡英雄, 是非成敗轉頭空, 幾度夕陽紅)”

‘시비성패도 고개 돌려보면 부질없는 일’이라는 이 구절을 다시 한번 음미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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