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8] 전세(傳貰)제도
[아! 대한민국-218] 전세(傳貰)제도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3.04.08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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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전세는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성행하는 주택임대차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는 영어로도 전세(jeonse)다.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긴 전세 세입자는 계약기간 동안 월세 같은 것을 내지 않고 거주하다가 퇴거할 때 그 목돈, 즉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제도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아 신기하고도 독특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전세는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옥 임대차 방법이다. 임차인(賃借人)이 가옥 가격의 반액 또는 7~8할을 주택 소유자에게 기탁하며 별도의 차임을 지불하지 않고 살다가 이사 갈 때 기탁금을 돌려받는다”고 1910년 조선통감부가 작성한 조선인의 ‘관습조사 보고서’에 쓰고 있다. 전세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19세기 말 개화기 때 유행하기 시작,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편적 임대차 형태로 자리잡았다. 대체적으로 시골에서 도시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이 이루어지면서 정착된 주택 임대차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입자는 집을 사들이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내 집처럼 안정적 주거환경을 갖출 수 있다. 다달이 들어가는 주거비가 없어 전세제도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의 의미도 컸다. 매달 월세를 내는 사글셋방을 거쳐, 전셋집을 마련하고 오랜 전세살이 끝에 비로소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보통의 월급쟁이들이 거쳐야 하는 내 집 마련의 코스요 방정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집주인은 주택을 제공하는 대신 이자 없이 목돈을 마련해서 다른 사업에 돌려쓸 수 있고, 세입자는 매달 돈을 내지 않고 살다가 이사 갈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집주인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세입자는 전세로 살면서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 서로가 상생(相生)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세제도가 문재인 정권(2017~2021) 시기,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급격히 동반 상승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전세가 대세였던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2022년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 총 40만 4,036건 중 월세가 59.5%를 차지한다는 국토교통부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월세가 전세를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월세화는 과거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로 집값이 오르지 않을 때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해 보상을 받으려 했다면 최근의 변화는 주택시장의 불안정이나 금리인상과도 관련이 있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즉 전세 대출금리가 세계적인 인플레와 경제위기와 맞물려 오르면서 자발적 월세 선택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정권에서의 임대차법 도입으로 전셋값이 뛰면서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세가 증가하면서 ‘전세 소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0년 역사를 가진 전세가 사라질 것인가. 전세가 종말을 맞을 확률은 한국에서의 오랜 관습에 비추어 그렇게 높지 않지만, 그러나 전세의 운명이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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