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프라노 김동희 독창회
[칼럼] 소프라노 김동희 독창회
  • 탁계석(음악평론가, 논설주간
  • 승인 2011.09.19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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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잘하는 것이 최대의 꿈이자 목표다. 그래서 누구나 끊임없이 자기 연마를 한다. 오랜 시간 유학 과정을 거치고, 운동선수처럼 쉴세 없이 뛸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진정 노래하는 사람의 꿈이 노래라면 노래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면 만시지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사회에 지나치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교수, 강사의 틀이다. 이로 인한 과다한 학력주의는 노래보다 외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 기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음악가들을 탈락시켜왔다.

한 음악가가 자생할 수 있는 길은 지난(至難)하다. 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 포기자가 속출한다. 무대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경제력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나가수’나 남자의 자격에서 ‘청춘합창단’은 이런 기득권 예술구조에 변화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하다. 금기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흐름속에서 이제는 더 많은 음악가들이 마인드를 개선해서 학교에 줄을 서야 살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6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소프라노 김동희 독창회’가 있었다. 김 소프라노는 동아대학교와 계명대학원을 나왔다. 무명의 성악가요 노래를 하다 잘못된 발성으로 성대 결절이와서 노래를 포기했다가 원로 성악가 김신환 선생을 만나면서 다시 노래에 불을 지핀 늦깎이 성악가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이끈 그의 열정은 누가 뭐라고하든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을 확인한 것이 분명하리라.

김신환 선생은 소프라노 김동희를 가리켜 ‘참 승리자가 아닌가!’ 라고 했다. 평자도 공감했다. 반드시 예술의전당이 아니어도 자기 극복의 의지와 열정이 예술에 드리워진 많은 그늘을 벗어나 햇빛을 찾았다면 자기 구원의 길이 아닐까 싶다.

톤칼러는 밝았고 美聲(미성)이었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무공해의 순수함이 노래에 베어있어 친화력이 있었다.

근대 프랑스 작곡계의 거성인 드뷔시, 포레, 뒤빠크, 쇼송의 작품들을 통해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성을 채득하고 있었다. 피아노 박미은의 톤이 좋았고 호흡도 좋았다. 중간 중간 강휴의 해설이 긴장을 풀어주었고 청중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후반에는 그가 지휘하는 셸라소년소녀합창단이 특별출연하여 깜찍한 안무와 노래 로 즐거움을 주었다. 박재훈의 ‘내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 조두남 ‘길손’. 나운영 ‘가려나’에서 우리말의 명료한 딕션이 귀에 쏙 들어왔다. 대개 소프라노들이 딕션보다 테크닉에 집착하는 발성을 하는 것에 비하면 정통 벨칸토 창법의 원칙들을 잘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노의 로미와 쥴리엣에서 ‘나는 살고 싶어요’.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자랑하고 싶은 테크닉을 그도 잘 살려 보였다.

그의 노래는 노래를 통해 성공을 하겠다거나, 자리를 얻겠다는 그런 것과 유리되어 있어 오히려 자유스러웠다. 첫 출발을 알리는 독창회가 여운을 남긴 이유다. 화려한 만찬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초대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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