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9] 추모의 벽
[아! 대한민국-219] 추모의 벽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3.04.22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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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이었던 2022년 7월 27일,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서는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4만3,808명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추모의 벽’ 준공식이 거행되었다. 미군 3만 6,634명, 한국군 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정전(停戰) 69년 만에 그 이름이 낱낱이 새겨진 것이다.

공원 내 ‘기억의 못’ 둘레에 높이 1m, 길이 130m 화강암 벽을 두르고 여기에 군별로 계급, 알파벳 순으로 전사자 이름을 새겼다. 카투사는 미군에 배속돼 싸운 한국군으로 이들이 추모의 벽에 포함된 것은 미국 내에 있는 참전 기념물 중 미국 국적이 아닌 나라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첫 사례라고 한다.

그동안 이 공원에는 참전용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19인 용사상’이 있었을 뿐 전사자 이름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추모의 벽’ 건립을 19인 용사상의 모델 중 한 명인 월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대령이 주도했다. 한국전쟁 때 오른팔과 다리를 잃은 그는 ‘미국 사회에 6.25 한국전쟁을 알려야 한다’며 오로지 이 일에 전념했다.

그러나 우려와 곡절도 많았다. 건립부지가 워싱턴 내셔널몰 국립공원 한복판이어서 미 국립공원관리청이 신규 시설물 설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의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2016년 10월 미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시켰다. 한국 정부를 통해 카투사 전사자 명단도 어렵게 확보했다. 예산확보의 과정도 험난했다.

2019년에야 사업비 270억 원이 확보되었다. 이 예산은 대한민국의 보훈처 예산 외에도 한국참전용사추모재단, 재향군인회와 풍산그룹 등 민간단체와 기업이 성금을 보태 확보되었다. 2021년 5월에 착공하여 1년 2개월만인 2022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에 맞추어 준공식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추모의 벽에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와 추모의 벽에 새겨진 한·미 양국 군인의 명단은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미국이 혈맹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여기에 새겨진 미군 전사자의 절반 이상이 이등병과 일등병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낯선 나라에 와서 피를 뿌리고 목숨을 바쳐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그들과 함께 싸운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 이름을 남겼다. 그 숭고한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6위권 안팎의 군사강국으로 성장했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 이제 서로 돕는 파트너가 되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포화 속으로 뛰어난 미국 청년들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위에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자유와 민주의 가치동맹은 세계평화를 향하여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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