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㊺] 스마트하고 밝고, 건강한 음악인 김정택 단장
[홍미희의 음악여행 ㊺] 스마트하고 밝고, 건강한 음악인 김정택 단장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3.05.0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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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음악단장을 역임한 김정택 단장을 일산 예수인교회 사랑나눔복지센터에서 만났다. 김정택 단장은 파란 폴라티에 빨간 스웨터, 겉에는 하얀 카디건을 걸치고 딱 맞는 검은 색 바지에 검은 운동화를 신은 경쾌한 모습이었다. 스마트하고 상쾌한 모습에 잠시 놀랐지만 이렇게 즐거운 놀람은 교회 3층에 위치한 김정택 단장의 방에 들어갔을 때 또 한 번 이어졌다. 밖에 있던 교회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음악 하는 사람의 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법 넓은 방의 오른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늘 연주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각종 음향기기와 그의 의상, 그리고 벽면에는 CD와 책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역시 일하는 모습이 역력한 2개의 책상과 늘 모임이 있을 것 같은 조그만 소파가 방의 가운데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음악을 늘 연습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아 이전 신문 기사를 보며 말을 이어가던 중 고 박인수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를 참 아끼셨어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정택 단장은 벌떡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잠시 후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곡은 ‘향수’였다.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고 박인수 교수에 대한 그리움이 읽혔다. 피아노에서 일어난 그는 말했다. “이 곡은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어요. 제 머릿속에 있던 것을 꺼내서 처음 쳐 본 거예요.” 사람은 사라져도 음악은 우리의 곁에 남는다.

“저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배재중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그리고 일본의 무사시노 대학에서 공부했어요. 클래식만 하고 살았지요.” 그러면서 다시 피아노로 가서 트로이메라이, 엘리제를 위하여와 같은 곡들을 치더니 갑자기 트롯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음악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곁에서 듣기에 트롯이 영 재미없었다. 그때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같은 곡을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렇게 확 바꿔서 음악을 연주해요. 재미있잖아요.” 화음, 리듬과 반주를 바꾸니 트롯이 멋있어진 것이다. 이래서 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구나 생각되었다.

그는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 전영록의 ‘불씨’,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현숙의 정말로, 심수봉의 미워요 등의 작곡자이다. 그의 음악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또 있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지 않아요.” 그에게 곡을 받았다는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곡들 역시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가수에 맞춰 그들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도록 작곡했다. 공연할 때에도 이 원칙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곡을 선정했고 그 곡에 품위와 고급함을 더했으니 그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행복감을 주었던 것이다.

“저는 장애인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강의를 많이 해요. 아주 솔직하게 제가 실패한 것부터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젊고 어린 학생들이 나와 같은 실패를 겪지 않도록 그래서 내가 아래에서 출발했다면 그들은 나의 실패를 딛고 좀 더 높은 곳에서 쉽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그런데 제가 좀 재미있나 봐요. 제가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아주 많이 웃어요.” 사실 김정택 단장의 강의는 특유의 웃음과 솔직한 이야기, 그리고 간간히 들려주는 감동적인 피아노 연주로 명강의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단장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을 보면 실패한 경험이 거의 없으신 것 같은데요?” 그러자 또 한 번 웃으며 “이건 지금까지 한 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 제가, 말하자면 사기죠.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저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공연 날을 잡고 포스터를 붙였어요. 그리고 표까지 팔았다는데 공연 전까지 제게 돈을 하나도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공연을 했어요. 제 이름으로 이미 프로그램이 나갔고 표를 사신 분들은 저를 보고 표를 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많은 공연자와 무대에 필요한 경비를 제가 지출했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저는 그것을 실패했다거나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돈을 들여서 배움을 얻었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더니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갚으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금까지 실패한 경험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동물과 사람 그리고 모든 생명은 목숨을 잃어요.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여러 부족들이 기우제를 지내는데 유독 한 부족장만 늘 기우제에 성공했다고 해요. 그 비결이 뭔지 궁금하시죠? 그 비결은~” 하더니 한참 웃고는 “그 부족장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제 마음 아주 깊숙이 들어와서 평생 제 삶의 근본이 됐어요. 저는 모든 일이 될 때까지 노력을 합니다.”

김정택 단장은 2년 전 구강암 판정을 받고 36회 항암을 거쳐 현재 완쾌되었다. 그 힘든 과정을 대하는 태도 역시 상쾌했다. “아주 심플합니다. 암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밥맛이 없어도 밥 먹고, 조금. 귀찮아도 걷고, 힘들어도 치료받고 그럼 되는 거예요. 항암, 힘들지만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내 인생의 기본 모토는 감사고 우리 집 가훈도 감사입니다.” 그렇게 그는 암을 이겨냈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성실함’과 ‘정직함을 꼽았다. “100% 정직할 수 없지만, 최대한 정직하고 솔직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를 위해 국사를 공부하면서 당파싸움으로 민초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함께 나누는 세상에 대한 꿈이 있다. 그 실천을 위해 매년 사랑의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모든 수익금 전체를 기부해 온 것이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

“저는 젊을 때 밴드를 해서 밴드음악, 록 음악, 팝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지금도 퀸, 호텔 캘리포니아, 스모키 이런 음악들은 먹히잖아요. 저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클래식 음악과 가요의 접합, CCM과 클래식, 가요의 접합을 찾고 어른들이 행복한 음악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정말 어려운 일들을 쉽게 말하고 쉽게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돈이 우선이고 유혹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성실함과 정직함을 기본으로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모두가 다 안다. 그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심플하고 즐겁게, 그리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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