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자녀 부모로부터 독립 아직 유효한가?
[김재동칼럼] 미국자녀 부모로부터 독립 아직 유효한가?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2 16: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다른 문화에서 비롯되는 자녀독립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그 시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정의 자녀들은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완전한 독립은, 결혼을 기점으로 구분된다. 그에 비해 미국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 말고는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대학입학을 계기로 자녀의 독립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광활한 국토 면적이, 크게 작용한다. 주와 주, 동부와 서부, 심지어 같은 주 안에서도, 도시와 도시의 거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텍사스, 켈리포니아,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등, 주 안에서의 거리를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쉽다. 미국의 드넓은 국토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예를 들어 LA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약 6시간이 걸린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고까지 교통체증이 없을 때, 고속도로 운전 시간만 8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 입학하는 대학교가 고향에서 멀리 있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이나 친구들끼리 룸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부모로부터의 독립할 수밖에 없다. 같은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해도, 집에서 나와 살기를 원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와 떨어져 자유롭게 혼자 살아 보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들은 물리적인, 거리상으로 독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것에서 독립하게 된다.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학비를 전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학자금은 본인 이름으로 융자를 받아 해결하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알아서 생활비를 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학 졸업 후 같은 도시에서 취업하게 되면,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직장 근처에서 거주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자녀들의 결혼비용이나 신혼집 등을 사회적 통념상, 거의 모든 부모가 부담하는 반면, 미국 부모는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자녀들이 결혼할 때도 대부분, 부모가 재정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않는다. 신혼집도 본인들이 각자 알아서 월세 아파트를 구해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기본적인 주방용품 등 살림에 필요한 물건들은 결혼 선물로 해결하거나 본인들이 알아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많이 해주면 자연적으로 간섭을 하게 된다. 미국문화는 한국의 부모 자식 관계처럼, 부모가 자녀들의 인생에 직접 적으로 끼어들어 자녀의 미래를 대신 설계해 주지 않는다. 미국 부모들은 일찍 자녀를 독립시키는 대신 자녀의 사생활이나, 그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멀리서 지켜보고 잘되기를 응원해 줄 뿐, 간섭을 별로 안 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이다. 어렸을 때부터 완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다. 대부분 대학입학 후부터는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부모와의 유대는 계속하되 자신들의 삶은 자녀 자신이 책임진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사립으로만 보내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전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결혼 시에도 적지 않은 부모가 결혼 선물로 집, 차, 현금 등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를 한국처럼 사회 전반의 결혼문화 현상으로 묶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얼마만큼,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미국에서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물리적 의존도가 낮다. 그만큼 부모나 노인 세대의 자녀로부터 의존도도 역시 낮다. 자녀들이 일찍 독립하는 사회적 독립성은, 문화적 상호성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미국의 부모들 역시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부모도 거의 없다. 미국의 부모들은 자기 집에서 어떻게든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려고 한다. 자식이든 시설이든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을 오히려 불편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의 부모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상호 독립성이 강하다는 것은 곧 부모와 자식 간 상호 영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의 독립을 부모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한국 부모들은 자식이 경제적으로는 독립하되, 정서적으로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로 남기를 원한다. 부모를 공경하는 효(孝)라는 자기중심적 종속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부모로부터 자녀들의 독립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이, 주위환경에 의해 달라지고 있다. COVID-19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집값 고공 행진 등으로 많은 청년세대가 부모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 미국 청년층(18~29세)의 52%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29년에서 1939연까지 대공황 시대의 정점(48%)을 뛰어넘는 기록이며, 통계 조사가 이뤄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이 된 미국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내몰렸던, 밀레니얼 세대가 이번에는 COVID-19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 학자금, 주거비용, 의료비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부모에게로 회귀(回歸)하는 자녀가 많아진 것이다. AFP통신은 “미국 청년 260만 명이 COVID-19로 인해 실직하거나 감봉 위기에 처하면서 부모의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문화가 경제 위기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민남 2023-05-28 11:13:51
네, 미국이 변하고 있네요.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