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기러기 U턴`
갈수록 늘어나는 `기러기 U턴`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8.10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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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재외국민전형 최고 34대1…제도개선 필요

"특혜 줄 필요없다" 지적에 "공정한 기회줘야" 반론도

재외국민특별전형의 경쟁률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가운데 서강대가 가장 높은 경쟁률인 34.63대1을 기록했고 건국대와 동국대는 처음으로 20대1을 넘어섰다. 다른 대학도 대부분 경쟁률이 전년보다 올랐다.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이는 이유는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났던 이들이 한국으로 유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가 등은 이 전형을 위해 매년 귀국하는 학생이 1500~2000명 선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재외국민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위한 전형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기러기 가족 자녀들 사이에서 고교까지만 외국에서 공부하고, 대학은 한국에서 다니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만난 수험생 K양은 "대기업 외국 지사장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뒤 중ㆍ고교 6년을 다녔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6월 한국에 와서 매일 국어ㆍ영어ㆍ수학 중심으로 10시간씩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대학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만약 양쪽 대학에서 합격한다면 한국 대학을 선택하겠다"며 그 이유로 단연 취업을 꼽았다.

김철영 세한아카데미 대표는 "올해 초 미국 예일대와 고려대를 동시에 합격한 학생이 있었는데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고려대로 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학교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예일대가 유리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취직 가능성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기러기 자녀들이 대학 입시철에 맞춰 돌아옴에 따라 주요 대학 재외국민특별전형 경쟁률은 3~4년 사이 2배 이상 높아졌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연세대 의예과와 치의예과는 각각 33대1, 23대1을 기록했다.

서울대는 2007년 재외국민특별전형을 폐지했다. 표면적 이유는 당시 이 전형을 악용해 부정 입학을 저지른 사건이 적발됐기 때문이지만 학교 측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재외국민 학생에게 특혜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폐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과거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이 공무원 주재원 특파원 과학자 등으로 한정됐던 시절에는 교육상 불이익이 있던 이들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정당했지만 이후 조기 유학 열풍이 불면서 개인적 이유로 외국에 나갔던 자녀에게까지 굳이 특혜를 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은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서울대는 1986년에 처음 이 전형을 실시했다.

김 교수는 "재외국민 자녀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는 생각은 1980년대 당시 사회적 개념과 밀접하며 현재 사회적 분위기와는 현격히 다르다"고 지적한 뒤 "특별전형 폐지 이후 부활하는 방안은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우수한 자질을 가진 재외국민 학생이라면 기존 특기자전형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반면 유정규 스카이아카데미 원장은 "서울대가 특별전형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국내 기업의 외국 진출이 잦아지면서 이들 부모의 근무환경 변화로 대학입시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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