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사할린동포 돌보미 정천수 소장
'고향마을' 사할린동포 돌보미 정천수 소장
  • 이진호 기자
  • 승인 2010.08.1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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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영주귀국 사할린동포들의 보금자리인 '고향마을' 아파트단지 내 사할린동포지원사업소 정천수(50.6급) 소장.
"즈드라스트브이쩨 오친자르꺼(안녕하세요 많이 덥죠)"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영주귀국 사할린동포들의 보금자리인 '고향마을' 아파트단지 내 사할린동포지원사업소 정천수(50.6급)소장의 하루는 주민들에게 러시아어로 건네는 아침인사로 시작한다.

요즘 정 소장은 광복절에 천안 망향의동산을 참배할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천안 망향의동산에는 고향마을에 정착했다 숨진 200여명의 사할린동포가 안치돼 있다.

2000년 2월 건립된 고향마을에는 현재 528가구 800명(남 262.여 538)의 사할린동포가 사는데 평균 연령이 76세로 90세 이상만 12명이다. 대부분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이들의 2세이다.

고향마을 입주조건은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이전 출생자로, 고향마을로 영주귀국해 살다 숙환으로 사망한 주민이 260여명에 이른다.
 

정 소장은 이들의 입관에 참여하고 염습(殮襲)을 함께 했다. 유족이 거의 없는 분들의 장례에는 상주 역할도 했다.

정 소장은 2002년 11월 사할린동포지원사무소장으로 부임한 뒤 고향마을 주민들이 기체조와 노래교실 등 여가를 즐기고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2층짜리 지원사무소 건물을 지었다.

1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끈질기게 정부에 요구해 성사시켰고, 공중보건의(한의사)를 고향마을에 상주시키는 '로비력'도 발휘했다.

정 소장은 또 2004년에 뜻있는 분들을 모아 사할린동포후원회를 꾸렸다.

후원회는 설이면 떡국 잔치를, 가을엔 김장김치담그기 행사를 열고 수시로 노인잔치를 가졌다. 특히 며칠에 걸쳐 1만포기 이상을 담그는 김장김치담그기행사는 안산의 명물이 돼 매년 언론에 소개된다.

"15년전 백혈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동생의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어요. 제2의 보너스 인생을 고향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제가 더 고맙습니다. 독지가들도 많이 만나 행복했구요"

정 소장이 '관리'한 한 독지가는 10년 가까이 3억여원어치의 현금과 식품류를 매달 고향마을에 익명으로 지원해 '현대판 홍길동'으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정 소장은 고향마을 운영에 이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2007년 '사할린영주귀국동포 생활상 및 사회복지 지원실태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배워 한국어가 서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주민들은 러시아에서도 혼자 여행을 다닐 정도의 실력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정 소장은 2006년 9월 안산시 지역경제과로 인사발령이 났지만 고향마을 주민들의 '호소'로 지난해 9월 다시 사할린동포지원사무소로 돌아왔다.

고창남(76) 고향마을 노인회장은 "고향마을에 정 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고향마을의 산파이고 주민들에게는 은인과 같은 존재"라고 칭찬했다.

정 소장은 고향마을 단지 내에 요양시설을 건립해 주민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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