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대전환이 필요한 KBS교향악단
[기고] 일대전환이 필요한 KBS교향악단
  • 김규현(전 한국음악비평가협회회장)
  • 승인 2011.1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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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格)에 맞는 프로그램과 최고 연주필요"

▲ 김규현(전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KBS교향악단 제166회 정기연주회는 연주회전 단원들과 지휘자간의 갈등으로 보이콧(boycott)지경까지 갔다 힘들게 이루어졌다. 

국내 언론에도 서로간의 불신사태는 보도됐다. ‘단원들이 내세운 지휘자 함신익 거부의 이유는 실력이 부족하고 단원을 존중하지 않으며 소통이 안 된다는 것과 연임불가와 공식사과’(조선일보 2011.10.21.금 A10면). 이렇다보니 단원들은 ‘서커스는 하기 싫다 실력 없는 지휘자는 물러가라’(조선일보 2011.10.22.토 24면) 등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린 예술의 전당에서의 연주회(10월21일. 금 콘서트홀)는 경직되어 보였고 이런 점을 지면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청중들 대부분은 연주회가 그렇게 즐겁지 않아 보였다.

전반부에는 KBS교향악단(이하 KBS향)이 위촉한 미국 작곡가 테오파니디스의 '흥부와 놀부 The magic pumpkin seeds', 퀸(R.Kühn)의 '서로 다른 움직임의 만남 Interchange with different movements' 아르헨티나의 밴드 리더 겸 작곡가인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History du tango' 등 세곡이 연주됐다. 후반부는 헝가리의 작곡가 바르톡의 '관현악을 위한 연주곡 Concerto for orchestra'이 연주됐다.

바르톡 곡은 KBS향 위상과 격이 맞아 보였는데 전반부에 세곡들은 KBS향 위상과 마스터즈 시리즈명칭과는 품격이 맞아 보이지 않았다. KBS향 연주회 안내 전단에 테오파니디스를 세계적인 작곡가라고 언급했는데 지나친 과장인 것 같다. 세계적이라고 할 때 적어도 국제적인 인지도와 세계적인 작풍(作風)과 보편화된 최첨단의 작곡기법이 구사된 현상을 지칭할 수 있다.

테오파니디스의 곡 '흥부와 놀부'는 세계적인 작품이 못되어 보였다. 마치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를 연상케 했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가 상실된 잘못 작곡된 습작 같은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부분적으로 ‘아리랑’ 선율이 희미하게 나오기는 했으나 한국적 내용을 음악으로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테오파니디스는 세계 창작계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는 지명도 있는 작곡가는 결코 아니다. 정기연주회 도중에 마치 강의실에서나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의 주제 선율을 도막도막 들려준다든지 작곡가를 미국에서 불러드려 연주회 무대에서 지휘자가 소개하는 촌극은 지휘자의 허세의식 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아니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곡들을 연주하면서 불필요한 이벤트(Event)를 벌리는 것은 촌스러워 보였다. 전체적으로 연주는 경직됐고 사무적인 면이 많았다. 음악이 무미건조했다.

단원과 지휘자와의 유기적인 교감과 감정이입이 연주에 공존했어야 생명력있는 음악이 될 수 있는데 그러지를 못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독주와는 달리 앙상블이 전제되어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감동을 낳을 수 있는데 그러지를 못한 것이다. 이번 연주회는 지휘자 함신익이 정확한 바턴테크닉 구사를 악보에 내제한 음악적 표현앙식을 끌어내어 만들지 못한 책임이 있다.

'흥부와 놀부' 연주만 보더라도 그렇다. 연극적 표현접근을 요구하는 곡인데 비해 함은 그 연극성의 음악화를 구체화시켜 보여주지 못했다.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연주만 보더라도 아르헨티나 탱고의 맛을 생명력 있게 정확히 바턴테크닉 구사로 끌어내어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클라리넷주자(앤디 마일즈 Andy miles)의 협연이 제 맛을 내주었다. 탱고는 맥이 없었고 지루했다. 전반적으로 함이 지휘로 제시했어야만 했던 것은 연주양식의 차별성 있는 표현접근이다. 각 작품들이 갖고 있는 해석적 차이나 미학적 표현양상은 현격히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그런데 함 지휘는 외형적이고 피상적인 바턴테크닉구사가 더 풍성했고 제대로 집어서 만들지 못했다. 후반부 바르톡의 '협주곡' 연주를 보더라도 그 정확성이 떨어져 보였다. 리듬과 강약법 처리의 구체성, 음향의 구조적인 음악적 연계성, 그리고 헝가리언리즘(Hungarianism)의 바르톡 사운드 살리기 등 소위 20세기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근대음악의 표현접근과 해석접근을 균형 있게 만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함은 악보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정확한 작품소화와 이해가 밑바탕이 된 지휘가 필요해 보였다.

KBS향은 최근에 와서 마스터즈 시리즈를 정기연주회 명칭 대용으로 쓰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부천시향이 이미 오래전에 사용했고 서울시향은 마무리해가는 단계에 있다.

국내 최고의 형님격인 KBS향이 독자 노선을 가지 않고 타 악단들의 기획프로그램을 모방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보기도 좋지 않다. 함신익이 지휘하면서 KBS향은 지나치리만큼 미국 작곡가들의 곡으로 프로그램이 채워지고 있고 미국 악단 냄새까지 풍기고 있는데 그 정체성이 의심된다.

이번 연주만 해도 그렇다. KBS향 연주 전날(10월20일. 목)에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정명훈 지휘)가 있었는데 말러의 '교향곡 6번' 한곡이 프로그램 내용 전부였다. KBS향은 서울시향이 지향하는 것 같이 최고 명작에 최고의 음악을 추구해야 정상이다. 한국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악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KBS의 열린 음악회 같은 졸망졸망한 레퍼토리로 KBS향이 존재한다면 의미가 없다. 연주회 명칭인 마스터즈 시리즈의 격에 맞는 명작들을 연주해야 한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형님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종교(기독교)의 악단 같은 이미지도 벗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게있고 인격과 능력을 갖춘 지휘자 영입이 급선무이다. 현재 지휘자(함신익)는 거대한 KBS향에 비해 너무 작아 보였고 격이 맞지 않는 것을 이번 연주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BS향은 모두(단원, 지휘자, 관계자 등) 의식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이번 같이 사설 악단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따라하면 KBS향 존재가치가 없다. 그리고 무슨 이벤트 콘서트를 열어 시선을 끌고 관심을 갖게 하려는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 위촉곡은 실패작이고 졸작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해프닝은 KBS향의 정보 빈약이 초래한 일이다. 이번에 연주 보이콧을 철회하고 청중들을 고려한 연주회를 가진 것은 바람직했다. KBS향은 앞으로 창의적인 좋은 프로그램 개발을 해가야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대표성을 가진 최고의 악단의 참모습을 보여주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연주회가 일대 전환의 계기를 낳은 KBS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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