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작곡상 우수상, 안현정 작곡가
[인터뷰] 대한민국작곡상 우수상, 안현정 작곡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11.30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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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교과서에 실려

 
국악작곡가 안현정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의 ‘오래된 정원’과 ‘비원 깊숙이‘가 오는 12월 20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제30회 대한민국작곡상’의 우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국음악 창작으로 큰 성과를 일궈낸 작곡가 안현정 작곡가를 만나 보았다.

- ‘이생규장전’은 정가(正歌)로 음악극을 만들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작품을 만들기 전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어요. 40여곡 정도의 창작 정가를 1시간 20분 동안 극의 흐름에 따른 음악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 정가의 가곡, 가사, 시조, 뿐 아니라 시창, 고가신조 등 다양한 정가의 모습들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극으로서의 연결 고리도 만들어야 하고 극적인 상황도 필요했어요”

- 올해 ‘2011 국립국악원 대표브랜드-정가극 '이생규장전-영원한 사랑' 작업은 얼마 전에 국립극장이 별주부전을 판소리를 오페라로 해서 국악 창작의 변화를 꾀하는 등 국악계 전반이 혁신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 이생규장전을 소개해 달라.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이생규장전’에 나오는 한시를 우리말로 해석해 노랫말로 사용했지요. 여주인공 ‘최랑’이 사랑에 눈을 뜨는 감정을 자연에 이입해 노래하는 곡으로 애인들의 사랑스런 서정적인 모습과 자연에서 춤을 추는 동적인 모습이 동시에 담겨있는 두 가지의 성격을 가진 음악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곡 중의 하나가 ‘비원 깊숙이' 라는 주제곡입니다”

- 전통 성악은 옛것이라는 인식을 주면서 대중과 멀어진 느낌이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저는 우리 전통 성악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노래에는 구음을 넣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판소리의 구음, 정가의 구음, 범패의 구음, 민요의 구음 등 모두 그 느낌이 다릅니다. 잘 알려진 지방색이 짙은 민요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의식음악까지 인간의 목소리를 담은 음악이 너무나 많은데 이러한 자산을 잘 발굴하고 새롭게 만드는 일이 작곡가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통 안에서도 서로 성격이 다른 성악 장르(판소리와 정가, 범패와 상여소리)를 어울리게 한다든지 대중들에게 친숙한 전통멜로디와 장단(맛있는 불고기, 막걸리송)으로 만들 수 있지요. 가능한 경계를 가지지 않고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 수상 작품이 된 ‘오래된 정원’은 탁계석 평론가의 시이다. 두 분의 작업이 매우 긴밀한 것 같다.
“탁 평론가가 어느 날 제게 여성정가 곡을 만들어 보겠느냐고 제의했어요. 원래 탁 평론가는 성악을 하셨던 탓이라 시 자체가 곡 쓰기 좋게 운율을 품고 있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악상이 전개된 것 같습니다. 저의 음반과 작곡집의 타이틀로 하는 등 저 역시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영어 버전까지 만들게 되었는데요, 아마 도 영어 버전을 만든 최초의 정가 곡이 아닐까 합니다”

- 탁 선생님과의 다른 작품은?
“‘오래된 정원’ 이후에 불고기, 막걸리송을 만들었지요. 이 곡 역시 서울시합창단에서 시골밥상 콘서트라는 무대를 통해 청중의 반응이 뜨거웠고, 그래서 시합창단은 구민회관을 돌며 관객과 소통하는 용도로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리랑 깐딴떼(Arirang Cantante)란 프로 성악 앙상블이 많이 노래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류문화를 타고 해외 교포나 세계인들에게 우수한 음식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 맞게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또 다른 작품은 윤선도의 오우가를 새롭게 만든 신오우가(新五友歌)가 있는데 여기에는 정가와 판소리가 이중창을 하는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절의 풍경을 그린 산가(山寺)의 사계(四季)가 있지요”

- 정가를 영어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래된 정원’은 늦봄과 초여름 저녁의 고즈넉한 시의 분위기인데 여성정가 선율과 가야금 반주로 표현되고 있어요. 탁 평론가가 아무리 우리끼리는 좋아도 외국인들이 뜻을 모르니 영어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고창수 시인(전 파키스탄대사)가 영어로 번역해 정가선율에 맞춰 부르도록 했는데 한 모음으로 여러 음정을 노래하는 1자 다음(一字多音, melismatic style)의 특징을 가진 정가와 영어발음의 만남은 생소한 듯 어울려 가며 또 다른 흥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 ‘오래된 정원’이 중등 음악교과서 개편에 감상부분에 실리고 대한민국 작곡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가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우리 미학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된다면 보람된 일이죠. 또한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쁘고 한국 창작음악에 대한 책임감과 교육 영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심사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상을 받은 부문이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가(正歌) 쪽이어서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 안 작곡가께서는 원래 성악곡에 취미가 있었는지
“학창시절 합창과 국악반으로 교내특별활동을 했던 계기로 국악작곡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노래 작곡에 영향을 받아 성악곡을 많이 발표해 왔지요. 성악곡 외에도 기악곡도 다수의 작품을 써 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달’과 관련된 곡을 많이 써왔고 대표곡으로 해금 탱고를 위한 ‘Dance of the moonlight’, 거문고 4중주를 위한 ‘달은 꿈꾼다’, 현악합주를 위한 ‘바다, 달을 품다’ 등이 있습니다. 최근 ‘흐름’에 관해 구상하면서 다양한 ‘흐름’의 모양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작곡의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국악 관현악의 새로운 음향 디자인에 대해서도 고민과 실험을 계속 하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올 여름에 연변예술대학에 학회 차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같은 민족이지만 그곳의 우리 음악은 창작음악과 개량 국악기 사용을 많이 하고 전통음악은 일부분만 계승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창작국악이 전통의 기반이 약하고 레퍼토리의 다양성도 한계가 있고요. 전통성악도 판소리나 정가는 하지 않고 민요만 부르고, 전통산조나 정악도 거의 배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개량 악기의 연주력은 매우 발달해 한국에서 유학을 가서 배워올 정도입니다. 국내에서 뿐 아니라 국외에서의 작품발표를 위해서도 준비 중이며, 제가 유학한 폴란드나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의 먼 이국땅에 한국전통음악과 창작음악을 알리고 전파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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