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전쟁을 그만 끝내라
[시론] FTA전쟁을 그만 끝내라
  • 전대열(대기자)
  • 승인 2011.12.02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FTA에 대한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주요거리는 데모군중에 휩싸여 꼼짝달싹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4년7개월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보내며 찬성과 반대가 오고갔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표결을 통하여 이를 비준했다. 국민의 대부분은 이번 국회에서 큰 싸움이라도 한판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렇게 쉽게 끝나리라곤 꿈도 꾸지 못하였다.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과거의 관행은 그랬다. 그러나 한미 FTA건은 그런 예측이 빗나갔다. 직권상정은 예상한 바였지만 표결은 자유롭게 실시되었다. 당론에 따른 일괄투표가 아니라 의원 각자의 양심과 신념에 따른 자유 투표였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등 소수 야당에서도 투표에 참여하여 찬성과 반대표를 소신껏 던졌다.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있으며 기권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재적 과반수를 넘긴 비준안 통과 순간 의장석에서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랐다.

인마살상용 폭탄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눈물을 쏟아내는 최루탄이다. 6월항쟁 이후 최루탄 구경을 하지 못했던 많은 국민들이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국회를 바라보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를 터뜨린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최루탄 테러에 엉망이 된 것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최루탄을 던진 사람은 민노당 의원 김선동이다. 그는 “폭탄으로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고 외치면서 자신의 행동을 윤봉길의사의 거사에 비유하는 만용을 부렸다.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등 애국단체에서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를 모독한 최루탄이 애국선열과 동열에 서겠다는 것이냐”고 규탄한다.

김선동에 대해서는 피해 당사자인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시민단체에서 불법무기소지, 국회모독 등 여러 가지 죄목을 걸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제삼자에 의한 고발이 선행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해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국회와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표명해야만 검찰수사도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김선동을 처벌하는 것보다 FTA를 둘러싼 심각한 국론분열현상이다. 제일야당 민주당은 강경파에 의해서 질질 끌려 다닌다.

협상을 통하여 비준에 동의해야 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는 비준안 통과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는 처지로 변했다. 무조건 무효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기세에 눌려 어쩌지 못한다. 강경파는 한나라당이 표결 강행한 것을 기화로 ‘위기를 기회로’삼는 지혜를 활용하려고 한다.

그동안 당내외의 압력을 받아온 통합야당에 대한 뼈대를 이번 기회에 완성하려는 복심에 가득 차있다. 손학규와 박지원은 쉽지 않았던 ‘선통합, 후지도부 선출’이라는 명분에 합의했다. 불만이 있어도 우선 통합을 앞세운 것이다. FTA비준을 계기로 양분되었던 세력이 일단 봉합되었다.

당내문제가 안정되어야 대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비준 무효화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지도부의 생각과 전당대회부터 열고 통합을 하자는 측이 한 발짝 양보한 결과다. 일단 리더십을 회복한 당지도부는 재야단체의 거리투쟁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았다.

이명박정부는 촛불집회에 유독 허약하다. 이번 기회에 치명타를 매기겠다는 촛불집회 주도세력들은 동원 가능한 세력을 끌어 모아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12월3일 10만명을 동원한다는 예고가 나왔다. ‘명박산성’을 돌파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는 그들은 이번에도 유치원생, 초등학생까지 동원하는 치밀성을 잊지 않는다.

천진난만한 어린 것들이 정치꾼들의 술수에 놀아나야 하는 한심한 현실에 애처로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왁자지껄한 욕설과 주먹, 몽둥이가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어린이들이 배울 게 뭐란 말인가. 지금 우리는 가장 못살던 나라에서 이제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일제의 압제에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의 정신력, 독재를 규탄하고 몰아낸 민주화의 애국심 그리고 굶지 않고 살아나야 한다는 굳센 신념으로 밀고나간 산업화 역군이 있어 가능했다.

지금 전 세계는 누란의 경제위기에 빠져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일본은 10년 넘게 침체에 빠졌다. 이태리와 그리스는 디폴트 직전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아슬아슬한 처지며 중국까지도 성장세가 멈춘 지 2년째다. 경제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다.

이제 겨우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한국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한번 위기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지난번 IMF 때에는 그나마 공기업 팔고, 은행 팔아서 위기를 넘겼다. 그 통에 론스타는 8년 만에 5조를 해먹고 먹튀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국부의 알맹이는 외국자본이 차지한 형세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눈앞의 이익만 챙겨서야 쓰겠는가. FTA 전쟁에서 얻을 것은 사회혼란과 국민경제의 파탄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정치 본연의 임무를 다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