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학과 설립으로 한-브라질 교류 기대"
"한국어학과 설립으로 한-브라질 교류 기대"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8.15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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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대에 한국어학과 설립 추진하는 니트리니 인문대학장

 
브라질에서 가장 큰 대학이자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상파울루 대학이 한국어학과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의 한국어 수요에 발맞춰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어 강좌를 운영해온 상파울루 대학은 한국어학과를 인문대학에 정식으로 설치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산드라 니트리니(Sandra Nitrini) 상파울루대 인문대학장이 지난 9일 한국을 찾은 이유다.

"상파울루 대학은 원래 아시아와 동양문화ㆍ언어에 주목해왔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국제적ㆍ사회적인 이유로 점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브라질 내에서도 한인들의 사회적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니트리니 학장은 한국어학과가 앞으로 브라질과 한국의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특히 언어에 치중한 한국어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로 "언어가 국가 간의 문화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교류를 강화할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어 강좌 이외에도 경제학과 IT기술, 농업, 역사 등 상파울루 대학 내 많은 분야에서 각각 한국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학과 설치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학과 하나를 설치하는 데만도 4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대학 당국에서 학과 설치를 결정하면, 2단계로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단과대 협의체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이어 상파울루 대학교 자문기구의 평가에 이어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전체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니트리니 학장은 복잡한 절차 속에서도 학과 설치 여부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잘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인문대학은 상파울루대학교의 설립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니까요. 제가 인문대학장으로 있는 한 이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곧이어 "내가 한국어학과 설치와 관련해 방한한다고 하니 국제교류과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무척 관심을 두더라"며 "내 지원이 없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한 브라질 대사를 만나보니 브라질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브라질의 대학 간 교류협력의 정책적 필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미문학 연구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유명한 문학 연구자이기도 한 니트리니 학장은 한국의 문학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한국어를 알지 못해서 문체와 같은 본격적인 문학분석은 할 수 없지만, 지난해 대학이 초청한 한국인 작가와 시인의 작품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브라질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바 있는 브라질의 역사와 작품의 내용이 겹쳐졌다는 것이다. 인문대학장인 그에게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태극기를 예로 들어 답했다.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상징적인 근거라고 봅니다. 태극기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이면서, 내용 면에서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지요. 새로운 기술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우리가 전통과 새것,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전 세계적인 인문학의 위기에서 태극기를 떠올리는 그의 발상에서, 그가 인문대학에 '문화 교류의 기반'이 되는 한국어학과를 설치하는 데 힘쓰는 이유가 엿보였다.

니트리니 학장은 15일까지 국내에 체류하며 한국학 및 라틴아메리카학 학자들과 만나고, 경주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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