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음악대학생들의 진로를 찾아서
[칼럼] 음악대학생들의 진로를 찾아서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1.12.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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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계석(음악평론가, 본지 논설주간)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용학과 바람, 저출산, 예능인구감소 등이 대학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저마다 자구책으로 학생 찾기에 혈안이다.

사실 ‘實用’(실용)이 적절한 해법(解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교육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답답함이 다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원칙을 세우고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음악을 해서 밥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 성장기이던 70~90년대가 아닌 클래식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폭넓은 시각에서 보는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 때마침 대학의 특강 요청이 있어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몇 해 동안 창작을 하면서 창작의 생산, 유통, 認識(마인드), 제작 환경, 공공지원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결론은 만드는 사람(작곡가)과 사용해야 할 사람(연주가)의 동상이몽이다. 그 거리는 너무 멀고 인식의 벽은 높았다. 대학은 가장 좋은 중개자일 수 있는데 방관하고 있다.

강사 채용, 입학시험, 각종 콩쿠르에‘창작쿼터’로 묶으면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과거 수 백 년된 서양 음악만 하는 클래식에서 오늘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K- 클래식 한류상품을 만드는 기초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언제쯤 탁월한 비전을 제시하는 음대학장이 나올까. 창작의 價値(가치)를 모르고 서양 것만 답습 하는 대학에 미래가 있겠는가.

이는 時流(시류)를 읽지 못하고 배운 것을 앵무새처럼 따라만 하는 교육에서 기인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의 창조성 결핍 또한 度(도)를 넘어섰다. 제주국제관악제에서 외국심사위원들이 ‘한국 학생들은 왜 하나같이 똑같이 부느냐’고 하더란다. 창의성 결여가 클래식을 죽이는 또 하나의 주범이다.

오페라도 그렇다. 성악은 잘 하지만 다른 것은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다. 필자가 엊그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지휘한 세르죠 올리바(Sergio Oliva)를 만난 것은 인씨엠 오케스트라에서 이태리 수준의 사운드를 끌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페라 중심 국가가 되려면 성악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오페라과도 없고 연기, 리브레토 읽기 등 오페라의 다양한 요소들을 현행 과정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고 유학에서도 배우지 못하고 소리만 딸랑 가져 오지 않는가. 내용이 없으니 맛이 없고 감동이 없다.

대학에 성악교수 티오를 줄여서라도 합창교수를 늘려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거창한 게 아니다. 합창은 일자리 창출이 쉽고 많기 때문이다. 시, 군, 구, 洞(동)에 윤학원 선생을 멘토로 모시고 청춘합창단 수 백개를 만들 수 있다. 또 어머니합창단에 대비되는 남녀평등의 역발상 法(법)을 적용하면 아버지합창단도 수백개 만들 수 있다. 이 절호의 합창 전성시대를 놓치다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대구의 박범철 가곡교실, 서초구의 소프라노 손순남 가곡 부르기 강좌로도 수 백명의 성악가와 반주자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음악대학학장협의회’부터 만들자. 엊그제 조율사 협회 임원 세 분을 만났다. 전국망의 네트워크 조직은 있으나 직업상 풍부한 콘텐츠 생산이 어렵기에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결혼하지 않은 음악가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터이니 나와 협업해‘아티스트 듀오’를 차리면 어떻겠냐고 농담을 건넸지만 남을 배려하고, 서로 다른 곳으로 가야 일자리가 생긴다. 음악가 끼리는 레드오션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더 해지면 유학에서 공부만하고 돌아온 뮤지션들이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주변의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누가 예능을 하려고 들겠는가.

필자는‘개그콘서트’방송을 열심히 본다. 이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가. 칼날에 선 라이브 감각과 독창성, 순발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혹독한 가난과 눈물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터득한 이들이다. 과연 클래식에 이런 생동감의 뿌리가 얼마나 있겠는가.

거칠지만 ‘나꼼수’나 초단위로 대응하는 ‘트위트’ 역시 오늘의 소통방식임엔 틀림없다. 이런 정보마당에 음악가 얼굴 찾기가 매우 힘들다. 정보에도 어둡고 현실 적응력도 떨어지고, 책도 안읽고, 강연 듣는 기회도 없고, 집단지성을 길러주는 토론도 없고, 강사를 초빙하는 일도 없다면 학생들의 눈을 누가 열어줄 것인가.
교육이 자기 지식만으로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정보를 찾아 나침반과 지도를 손에 쥐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전국음악대학장협의회’를 만들어 어려움에 공동대처하는 창구를 만들면 어떨까.

다음으로 △대학과 현장의 소통을 늘리자 △각종 미디어 정보와 마케팅으로 현실 감각을 높이자 △획일적인 장사 콩쿠르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늘리자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양학과, 경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음악의 성공 사례를 찾아 벤치마킹하자 △대학에 ‘귀국연주회’형식적인 팜플릿 제출을 폐지해 청중에게 지루하고 힘든 귀국 발표회 패러다임 바꾸자. 일가친척, 초보관객들이 주를 이루는 이 좋은 기회를 청중 개발할 수 있도록 내용을 바꾸자.

해설음악회, 즐거운 음악회, 초청 연주 한, 두 사람 넣어 감상자 위주의 음악회를 만들면 청중이 늘어 날 것이다. 혁신적인 발상으로 대학이 변하면 살 수 있는 길은 얼마든 있다. 대학의 리더십 강화를 위해 음대 교수들과 평론가가 함께 하는 ‘1박 2일 프로그램’은 어떤가.

권위를 버리고 망가지는 자유의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별처럼 총총 할 것이다. 이제 어둠을 밝히기 위해 더 늦기 전에 횟불을 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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