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과 하나된 고려大 봉사단
고려인과 하나된 고려大 봉사단
  • 최명철
  • 승인 2010.08.1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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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게야공화국 고려인과 특별한 만남

"안냐세요" "형님(형제) 많아요?"
12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아디게야공화국의 수도 마이코프 시내 한복판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이방인처럼 보이는 검은 머리에 검정 눈동자를 가진 동양인 40여명이 파전과 우리나라 전통주를 앞에 놓고 섞여 앉아 있었던 것.

이들 사이에 서툰 우리말 질문이 나오면 누군가 느리면서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답변하는 상황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이곳이 삶의 터전인 `카레이스키'라 불리는 고려인 30여명과 고려대 봉사단 학생 16명이 그들이었다.

고려대 봉사단은 아디게야국립대 라쉬트 두말리체비치(60) 총장의 초청을 받고 이곳을 찾았는데, 두말리체비치 총장은 봉사단의 부탁으로 마이코프에 사는 고려인을 직접 수소문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마련했다.

마이코프에는 꽤 많은 고려인이 살았지만 하나둘씩 대도시로 떠났고 현재는 20∼30가족 정도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대개 사할린에서 이주한 부모를 따라와 정착하게 된 고려인 3, 4세들이다.

`우리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간직한 채 서로 의지하고 뭉쳐 살면서 TV로나마 조국을 배우고 있는 이들이 한국인을 직접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고려대 봉사단원이 펼치는 태권도 시범과 민요 공연에 눈을 뗄 줄 몰랐다.

이들은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기합과 함께 돌려차기로 송판을 격파하거나, 한복을 입은 학생이 남도민요 `성주풀이'를 목청높여 부르는 모습을 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단원들이 합창으로 아리랑을 부를 때는 콧소리를 내며 노랫가락을 흥얼흥얼 따라부르기도 했다.

가장 신이 난 이들은 바로 어린 학생들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구해 한국어를 공부해 온 이들은 `대학생 선생님'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어른들도 결혼이나 제사, 돌잔치, 환갑잔치 등 우리 관습을 소개한 손때 묻은 책자를 챙겨 와 한글 발음을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들 제냐(17)와 딸 싸샤(12) 옆에 앉은 서슬라바(38)씨는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빼곡히 적힌 종이뭉치를 꺼내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질문했다.

"이름 뭐예요? 나는 서(씨) 입니다. 서(씨) 있어요?"
고려인 4세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살다가 12년 전 러시아로 왔다는 그는 "한국 사람을 본게 처음이다. (한국인을) 직접 보니 피가 끓는다"고 털어놓았다.

딸 율리아(12)를 데려온 천클림(50)씨는 "한국 전통춤을 본 게 처음이라 인상적이었다. 탈춤이 특히 마음에 든다"며 "TV를 통해 한국 소식을 자주 접한다. 남아공월드컵 때는 한국팀을 응원했다"고 웃었다.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인 봉사단원 신지나(26.여)씨는 "고려인에게 조국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선물한 것 같아 기쁘다. 말이 안 통하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을 맞잡고 한글로 팔목에 글씨를 써 주면서 점점 서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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