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리뷰] 신나는 예술여행 희망 나눔 콘서트
[콘서트리뷰] 신나는 예술여행 희망 나눔 콘서트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1.12.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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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 코는 아주 반짝이는 코”
뜨거운 호응을 보이던 청중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함께 부르며 손을 잡고 흥겹게 춤을 추었다.

13일 진안 문화의집에서 펼쳐진 ‘신나는 예술여행 희망 나눔 콘서트’는 모처럼 농촌을 찾은 클래식 향연에 푹 젖어 깊은 감동을 나눈 아름다운 밤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이 음악회는 대중음악에 비해 거의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의 고품격 무대를 제공한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것은 클래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벽을 깨트렸고 진정한 클래식의 힘과 가치가 대중음악에서 보다 더 값진 향기가 있음을 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기회였다.

듬직한 남성 성악가 8인의 장쾌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연신 앙코르와 브라보를 외쳤다. 이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3중주가 엘가의 ‘사랑의 인사’ 파헬벨의 ‘캐논’을 정교하고 세련된 앙상블을 보이자 고급스러운 음악에 감성을 여는 모습은 참으로 진지했다. 200여명의 관객들이 진행되는 음악의 다양성을 호흡하면서 점점 깊숙하게 음악에 젖어드는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케했다.

마침 무대 우측에 내걸린 ‘변화하는 진안 행복한 진안’ 현수막이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음악회의 실질적인 주관을 맡은 김문종 조합장은 “귀한 분들을 모시고 하는 음악회가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송영선 군수 역시 “진안이 청정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지만 문화가 없어 목말랐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더 많은 문화 충족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인사를 했다.

연주가 계속될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테너 박인수 교수가 불러 히트한 ‘향수’ 그리고 ‘울산동백섬’을 그린 노래가 불리자 감상에 푹 젖고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었다.

처음 듣는 카운터 테너가 헨델의 파르넬리에 나오는 ‘ 날 혼자 울게 내 버려주오’와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를 묘한 中性(중성) 음색으로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법으로 부르자 난생처음 듣는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The아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우주호 성악가는 그 넉넉한 품으로 조두남의 흥겨운 ‘산촌’을 불러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 단체의 리더이기도 한 우 성악가는 단순히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차원을 벗어나 우리의 농촌이 정신적인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계몽이 필요하고 클래식에 담긴 창의력과 품격을 통해 발상의 전환 기회로 삼고 싶다며 이제 都農(도농)간의 시, 공간의 벽은 허물어졌기 때문에 시급한 것이 ‘문화수혈’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리 민요 ‘후니쿨리 후니쿨라’, ‘오 나의 태양’이 이어지자 객석에선 따라 부르는 이들도 생겨났고 村老(촌로)의 주름진 얼굴에도 행복감이 묻어나 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한 관객은 출연진을 찾아와서 손을 붙들며 “그동안 많은 개런티를 주고 우리 같은 시골은 마이크 잡는 가수가 전부라 생각했어요. 오늘 그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처음 맛보는 클래식이지만 뭔가 모를 황홀감을 느꼈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객석을 나오자 이곳 진안군립합창단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자원봉사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장내를 정리하며 콧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연주가들은 무엇보다 이런 기회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줘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문화를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은 오케스트라를 한번 초청 해 볼까요?” 김조합장의 표정에 진지함마저 배어 있었다.
전국단위의 농협이 클래식을 통해 닥쳐오는 FTA 등 변화와 혁신을 맞는다면 정신의 뿌리에서 걷어 올린 자신감이 이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란 믿음이 생기게 한 흐뭇하고 멋진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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