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000번째 수요시위에 뉴욕한인들이 보내는 연대
[특별기고]1000번째 수요시위에 뉴욕한인들이 보내는 연대
  • 김동석<뉴욕·뉴저지 미주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 승인 2011.12.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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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8일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4일로 꼭 1000번째를 맞이했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집회'로 매번 갱신되고 있는 수요집회. 그동안 강산이 두 번 변했고 (한국)권력이 네 번이 바뀌었다. 1000번의 외침에도 일본은 묵부부답이다.

20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집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태국에서 노수복(90) 할머니가 세상을 뜬데 이어 이달에는 중국에 사는 최고령 생존자인 박서운(94)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 했다. 올해만 15명이 타계해 현재 한국 정부에 등록한 234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에 생존자는 겨우 64명만 남았다. 지난 2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할머니 170명이 끝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뜬 것이다.

수요 집회가 이어오는 동안에 일본이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가 세상에 완벽하게 드러났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도록 전 세계인들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선 시위가 열렸다. 이제는 ‘수요집회’란 고유명사가 되고 말았다. 20년 동안의 1000번의 시위는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국제사회를 움직였다.

1992년 2월 말, 뉴욕한인회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한 달 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는데 그 시위에 대한 뉴욕한인사회의 민감한 반응이었다.(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서 한국의 기독교여성연합회 회원들이 일본군강제종군위안부에 대한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게 요구하는 시위였다.)

뉴욕한인회관에 모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미동부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그 자리엔 당시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의 유명가수 양희은씨도 참석을 해서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했다.(그 자리에 참석했던 필자의 아내가 사료와 자료 수집 등 홍보와 교육을 위한 책자 발행 등 편집의 역할을 맡았던 것이 필자와 위안부 문제와의 인연이다.)

뉴욕의 한인 동포들은 결집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2007년에 연방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결의안이 국제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네덜란드에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나왔다. 미국의 결의안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은 바로 일본이다. 2009년 서울을 방문한 마이크 혼다 의원은 “미주 한인들이 이끌어낸 미국의 결의안은 일본의 60년 전범권력인 자민당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인들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연방하원 외교위가 일본 정부에 대해서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도록 했다. 그리고, 한국에도 없는 일본군 위안부기림비를 건립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임을 후대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기림비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동서양 통틀어서 제1호다.

뉴욕의 한인들은 이에 멈추지 않고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와 한국인들의 위안부 문제를 결합시키는 일을 성사시켰다. 동시대 동서양에서 발생한 반인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서 우선, 생존자들끼리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난 생존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뉴욕으로 초청했다.

13살 어린 나이에 만주로 끌려갔던 길원옥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모두 죽으면 끝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이제 전 세계인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14일 서울의 1000번째 시위가 막 시작되는 그 순간에 뉴욕서는 홀로코스트와 위안부 문제가 극적인 만남을 이루었다.

일본이 인정하고 사죄하고 후대들에게 교육시키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결의를 한 것이다. 홀로코스트와 일본군 위안부의 뉴욕 만남은 일본의 진실 은폐, 역사 왜곡을 바로 잡아주게 되는, 결국엔 일본을 위하는 만남이다. 뉴욕의 한인임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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