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봉투는 필요하다
[칼럼] 돈봉투는 필요하다
  • 탁계석<예술비평가 회장>
  • 승인 2012.01.12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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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계석<본지 편집주간, 예술비평가회장>
어제 MBC 시사매거진 2580과 인터뷰 하였다(15일 방송). 내용은 음악대학 교수의 불법레슨이다. 엄연히 법으로 금지된 레슨이 왜 지켜지지 않는가. 그 원인과 解法(해법)이 무엇이겠느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때 마다 惡役(악역)을 맡는 직업이 곤혹스럽다)

사실 2004년 음대 교수레슨으로 사회적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근자에는 잠잠해 필자 역시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다. 그 때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정 결의를 하였고 일부는 서명까지 하였기에 레슨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수가 레슨을 하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었다. 미치지 않을 것이라 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해묵은 관행이요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교정될 만큼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해결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역시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 교통법규 단속처럼 ‘일시 멈춤’ 하다가 이내 ‘리플레이(replay)’이 작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고질적인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가’라고 물어왔다. 거야, 돈은 얼마든 있고
학교는 들어가야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교수와 학생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설혹 문제가 터져도 예능하는 집안의 빽으로 지금까지 탁월한(?) 방어 전력이 면역성을 키워 오지 않았는가. 자식 앞에 용감한 부모가 없기에 대통령을 비롯해 이 나라 정치권 인사들이 자녀 병력비리로 곤혹을 치룬 사례는 많지만 예능 쪽은 최고의 승률(?)을 자랑했다.

‘교수 불법 레슨이 사실이라면 악영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교수들은 레슨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왜냐하면, 이런 악습에 고통 받던 부모들이 국내에서 드는 돈이면 차라리 조기 유학을 택하고 있고 그나마 지방대학은 학생이 없어 통사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장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 했다.

 ‘돈으로 예술하는 역기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뻔한 이야기 아닌가. 돈 없는 사람은 예술 할 수 없는 풍토는 재능이 있어도 꽃 피울 수 없다는 불평등 사회를 조장한다. 양극화는 삶의 환경에 毒(독)이 된다. 부정거래의 수단으로 악기상과의 은밀한 관계가 지적되는 만큼 이제 이런 사안은 평론가 입장에서 관심에서 멀어진지 오래라고 했다.
 
‘예술교육 학부모연대’ 같은 것을 만들어 보라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암센터가 암을 고치듯 이제는 예술의 사회 병리도 전담 기구를 만들어 치유에 나서야 한다. 스스로 자각이 없는 심각한 도덕적 헤이에 ‘반짝 뉴스’가 해결할 수 있겠는가.

언제가 한 학부형을 만났더니 딸 셋을 바이얼린, 첼로를 가르친 변호사 아버지는 강남의 작은 빌딩 하나를 날렸다며 셋 중 하나만 음악을 한다고 했다. 수십억을 투자해 겨우 강사라는 성과에 허탈해 하며 이제는 쉬고 싶다며 제주도에 거처를 마련했다고....

어제 카메라타서울앙상블이란 단체의 신년음악회에 갔었다. 신인 두 연주가가 협연을 했는데 출중했다. 요즈음 귀국 연주가들의 연주를 들으면 거의 모든 연주가들 수준이 평준화되었고 누가 들어도 잘 한다는 느낌이 들만큼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 되었다.

한 연주가는 체코에서 14년을 공부했다고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 연줄 없이는 강사 자리 하나 얻을 수 없는 풍토에서 좋은 음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앙상블은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런 단체를 조금만 지원하면 살아날텐데 기업메세나는 무얼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가슴이 저려왔다.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드는 귀국연주회 초대권, 한결같이 외국의 명문 대학을 몇 개씩 나온 화려한 프로필의 연주가들. 이들이 유학을 떠 날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돌아오니 명절날 정체된 고속도로의 절망 앞에서 울고 있다.

유학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회. 분명 병들고 좌절된 사회다. 이 때문에 부모와 결별하고, 이혼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예술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자민련에서 돈으로 전국구를 딴 피아니스트 아버지가 말했다. 예능계 교수되는 것이 국회의원 되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다고...

그러나 오늘도 음악회는 수없이 열리고 내일도 열린다. 연주가 목표가 아닌 ‘교수 로또’를 위하여...

즐비한 화환에 사회명사들의 명함이 보인다. 꽃 대신 돈봉투를 주면 어떨까. 정작 ‘돈봉투’가 필요한 곳은 이곳이다. 잘못 배달된 ‘돈봉투’로 국민들의 마음이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프다. 예술이 사회의 위안이 되어야 하는데도 예술도 돈 때문에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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