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자라면 모범을 보여라
[시론] 교육자라면 모범을 보여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1.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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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교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 간곳이 처음에는 공동묘지 근처였다. 맹자는 매일처럼 장사(葬事)지내는 일을 보며 자랐다. 그는 상여 메는 일, 땅을 치며 통곡하는 일, 관을 묻는 일 등을 보며 이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얼른 이사 간곳이 이번에는 시장거리가 가까웠다. 장사꾼들이 제 물건 좋다고 외치는 소리, 에누리하자고 사정하는 말, 상인들끼리 제 물건 팔겠다고 서로 다투는 것을 보면서 맹자도 장사꾼 비슷하게 되어갔다. 맹자의 어머니는 “어마, 뜨거워라.” 또 한 번 이사를 했다. 서당 옆에 자리 잡는다. 글 읽는 소리, 훈장 선생님의 꾸중소리,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는 학동들뿐이다.

여기서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철인이 탄생한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씩 이사를 하며 찾은 곳은 배움의 터였다. 배운다는 것은 어른, 애 할 것 없이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 본보기가 비틀어져 있으면 비틀어지게 배운다. 흠이 있는 본보기를 보면 반드시 흠이 생긴다. 훈장선생님이 서당에서 풍(風)자 한 자를 놓고 ‘바담 풍’ 하고 가르친다. 학동들은 선생님 따라 바담 풍 하고 발음한다.

여기서 훈장님의 걸작이 탄생한다. 나는 바담 풍해도 너희들은 바람 풍이라고 훈독하라. 이게 될 법이나 할 일인가. 학동들은 선생님이 본보기다. 선생님이 바담 풍하면 어쩔 수 없이 모두 따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서울특별시의 교육책임자를 본보기로 삼아야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그는 교육감선거에서 상대후보를 매수하여 사퇴시키고 당선한 다음 사퇴대가로 2억원을 건넸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선의로 주었을 뿐 대가성이 없었다고 발명했다. 재판부는 곽노현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가성 있는 돈을 주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3,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교육감 자리는 비게 된다. 새로운 교육감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법원까지 한참 가야한다. 벌금형을 받은 곽노현은 즉석에서 풀려나 서울교육청으로 복귀했다. 구속되어있는 동안 재의에 붙여졌던 학생인권조례는 그의 복귀와 함께 재의(再議) 요청을 철회하여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학생인권만 강조하고 교사의 인권이나 교권은 깡그리 짓이긴 학생인권조례가 그대로 시행되면 학생들의 두발 및 복장 자유화, 동성애 허용, 임신 여학생 보호, 교사의 체벌 엄금 등 학생만능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교사들은 자칫 학생들에게 경어를 써야하는 분위기로 뒤바뀔 수도 있다.

학생들의 커닝 등 부정행위도 적발하기 어렵게 된다. 남이야 커닝을 하든 말든 왜 선생님이 간섭하느냐고 대들면 회초리조차 엄금된 마당에 무슨 수로 이를 다잡을 수 있겠는가. 폭력과 따돌림을 상수(常數)로 하는 학교분위기는 교육을 망치는 제일보가 된다.

곽노현의 복귀는 교육전반의 분위기를 흐리게 할 뿐이다. 첫 째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공평성 시비를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2억을 받은 박명기는 징역 3년의 중형이다. 과거의 처벌사례를 보면 돈을 준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되었으니 실화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 ‘부러진 화살’처럼 사법부 판결에 대한 반발이 어찌 없겠는가. 비록 1심 판결에 불과하고 검찰과 피고들이 모두 항소했다고 하니까 고등법원의 판결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지만 돈을 제공하여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벌금형이고, 그의 종용에 설득되어 사퇴했던 사람은 3년의 징역형을 받은 것은 형평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의 초 중고등학생 136만 명이 본보기로 삼아야할 교육감이 ‘잠재적 범죄자’이면서도 버젓이 그 자리를 꿰차고 교육행정을 좌지우지한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선 선거를 치르려면 불법일지라도 돈으로 상대를 매수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며, 발각이 되더라도 철저히 착한 뜻으로 어려운 상대를 도와줬다고 뻔뻔하게 변명하는 수단을 사용하면 적어도 감옥살이는 면한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 확정된 범죄자가 아니라는 가면을 쓰고 업무에 복귀하여 온갖 행정권, 인사권, 집행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맹자 한 사람이 흉내 내는 것도 두려웠던 어머니의 심정을 136만 명의 어버이들이 모두 갖게 되어 내 자식 버리게 생겼다고 걱정해도 이사 갈 곳이 서울 안에는 없다. 모두 그 사람의 손아귀에 놓여 있으니까. 이 일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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