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근혜의 총선출마문제
[시론] 박근혜의 총선출마문제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2.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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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당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박근혜의 현직은 한나라당 비상대책 위원장이다.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당 대표로 올라섰다. 홍준표가 당대표에 당선한지 다섯 달 만에 물러선 것은 순전히 디도스 공격 때문이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서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아무튼 한나라당은 이로 인해서 망조가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안 생겼으면 아무 개혁도 없이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오죽 인기가 떨어졌으면 일개 국회의원의 비서가 그런 행동에 나섰겠느냐 하는 시각이 있지만 당과의 관계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망조가 든 당을 구원할 수 있는 투수는 오직 박근혜 한 사람뿐이라는 여론이 돌았고 결국 그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로 큰 짐을 지웠다.

박근혜는 발 빠르게 비대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전반에 걸쳐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당명을 바꾸고, 강령을 고치며, 공천심사위원회의 절반을 외부인사로 한다는 등의 미묘한 문제까지 새로운 안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를 구성하는데 실세역할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강도 높게 퇴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도 4.11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나와 봐야 잘잘못이 드러날 것이다. 현재의 당의 위상으로는 야당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을 대개혁으로 수성한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자기희생 없이는 남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박근혜는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판이다. 그는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한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제1순위자다. 수년 동안 야당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박근혜와 대결했을 경우 근사치에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여론이란 묘한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오세훈이 시장 직을 내놓자마자 생각하지도 않았던 안철수가 출사표를 던지는가 싶더니 박원순에게 슬쩍 양보하고 이제는 대선후보를 넘보고 있다. 정치인으로는 전혀 무명이고 컴퓨터 전문가로만 알려졌던 그가 청춘 콘서트 덕분에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더니 날이 갈수록 대선후보의 선두에서 논다.

박근혜는 허를 질린 채 그에게 선두를 내주고 2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이회창은 노무현을 30%이상 앞섰으나 막상 투표에서는 50만 표를 졌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4.11총선은 두 사람의 운명에 신기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는 이름이 바뀐 한나라당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고 안철수는 대선 출마 자체를 얼버무리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그는 박원순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박원순을 지지한다는 편지 한 장 보냈을 뿐인데 당선으로 이어졌다. 지금 인기로 볼 때 총선에서 그가 움직인다면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힘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할 때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도 1500억에 상당하는 주식을 기부했다. 이제까지 다른 정치인들에게서 들어보지 못한 이러한 기부선행이 국민의 감정에 자극을 준 것이다. 돈이 많은 정치인들도 후원회를 조직하여 모금하는 통에 빈축을 샀다.

이에 반하여 안철수는 누가 내놓으라고 하지도 않는데 자진해서 기부하는 모범을 보였다. 정치인으로서 보여줘야 할 정책이나 신념은 전연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처럼 신선한 발상과 행동이 정치외적인 요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기득권자들에게 경종이 된다.

이제 박근혜는 어떤 대처를 하는 게 옳을까. 꼭 안철수와 비교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박근혜다. 이미 정치적인 역량을 보여줬고 나아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오랜 정치생활에서 널리 알렸다. 공천추천위원도 외부인사 위주로 확정하는 뚝심도 보였다. 밀고나가는 추진력도 돋보인다.

그렇다면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대구달성군 출마는 기득권이다. 이를 버려야 한다. 서울 출마를 거론하는 이들이 있지만 손학규처럼 아예 대선으로 직행하는 게 좋다.

달성 지역구는 호남 인사를 영입하는 게 어떨까. 과거에 김대중은 영남대교수 이수인을 영광 함평 장성지역구에 공천하여 당선시켰다. 자유당 시절 대구에서 출마한 순천출신 조재천은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리며 대구사람으로 인식되었다. 대구출신 엄민영은 전북에서 참의원의원에 당선하기도 했다. 지역감정을 뛰어넘는 통합의 본보기다.

민주화운동 경력이 출중한 호남 인사를 박근혜가 발탁하거나, 공모의 형식을 빌려도 좋다. 누가 보더라도 이론(異論)이 없는 호남출신 민주운동가의 대구영입은 얼어붙은 민심에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박근혜의 희생적 결심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정치는 한 순간에 변한다. 비상 시기에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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