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 북한산책2] 유일사상 10대강령은 수령을 ‘신격화’하는 것
[김명배 북한산책2] 유일사상 10대강령은 수령을 ‘신격화’하는 것
  • 김명배<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 승인 2012.02.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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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요한복음 15: 5-6절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리워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수령독재체제의 작동방식 역시 수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존의 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북한사회에서는 사실상 ‘사형선고’인 것이다. 따라서 인민은 수령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생계, 생존에 얽매인 하루하루의 생활 자체를 수령이 베푸는 은혜로 생각하고, 굶어 죽으면서도 수령께 감사하면서 죽게 되는 것이 주체사상의 끊임없는 세뇌화의 결과인 것이다.

기독교의 십계명에 해당하는 ‘유일사상 10대강령’은 수령지시의 완전성, 무오류성, 수령지시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과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면서 수령을 ‘신격화’ (deify)한다. 북한사회의 모든 문제는 불완전한 인간 수령을 완전무결한 신으로 섬기는 데서 비롯된다.

유일사상 10대 강령을 위반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므로 수령지시에 항거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고, 심지어 굶어 죽어가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수령님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유언을 남길 정도로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할 것이다.

후계자론은 “혁명과업의 완수를 위해 김일성 수령의 혁명 가계의 혈통을 이어받고 주체사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후계자로 삼아 혁명과업을 계승하고 인민은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요는 김정일 후계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 3대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사회는 자나 깨나, 살아도 죽어도, 수령과 혁명의 끊임없는 반복으로서 타성화, 관성화, 세뇌화, 신념화, 심지어 종교적 신앙화 수준에 이르기 까지 이념, 사상교육을 지난 반 세기 이상 철두철미 추구한 결과 수령과 혁명이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끝이라 할 정도로 인민의 생활을 철벽 통제한다.

이것이 기백만 인민이 굶어 죽으면서도, 또한 배급제가 폐지되고 인민이 하루하루 생계와 생존에 얽매이면서도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주체사상에 의한 이념화, 사상화 교육을 받아 온 북한 인민은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잣대로 북한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당국이 강조하는 ‘3대 혁명역량 강화’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은 남조선 적화통일의 여건 조성을 위해 남한국민에 대해서는 피를 나눈 동족애를 강조하면서 남침에 대비하여 정신무장을 해이시키는 데 주력하는 반면, 북한인민에 대해서는 대남 적개심을 조장하고 정신무장을 강화시키는 2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일은 3대 혁명역량 강화 차원에서 소위 ‘위장탈북’을 강조하여 이들로 하여금 남조선 인민들이 돈 좀 있다고 탈북자들을 무시하고, 탈북자 자녀들이 학교에서도 왕따 당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할 정도로 차별을 받는 다는 등 남한사회 내 일부 몰지각한 현상을 마치 보편적인 현상인 것처럼 과장해서 북한의 가족 친지들에게 역 선전함으로써 북한 인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부추기는 정치공작을 펴도록 교시한 바 있음을 우리가 또한 유념해야 할 것이다.

3대 후계체제 구축 또한 김정은의 개인적 경험이나 자질, 능력, 카리스마 유무를 떠나 김일성 혁명가계의 혈통을 물려받은 사실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수령독재체제 자체의 시스템(system)위주로 굴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지배계층이 항일 게릴라 투쟁, 만경대 혁명학원, 김일성 대학, 혁명 1세대와 2세대…로 이어지는 대를 이은 충성 등 혈연, 학연, 혁명투쟁 등으로 촘촘히 얽혀 있고, 어려서부터 서로 빤드름이 아는 사이고, 수령과 지배계층 간의 공동운명체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후계체제 구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대로 무난히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더라도 부친이 유지해 온 체제를 답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문제는 북한에도 세대교체가 있을 수밖에 없고, 90년 대 초 경제위기, 소, 동구공산권 붕괴와 한-러 및 한-중수교로 인한 공산권과의 교역 및 원조 상실, 국제우호가 적용 폐지, 김일성 사망, 배급제 폐지, 대기근, 고난의 행군, 시장 제도 일부 허용 등 북한경제가 바닥을 헤맬 때 태어나 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20-30 대 ‘시장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는 2015년경이나, 정권의 전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는 2020년경에는 북한사회가 개혁, 개방의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령 독재체제가 무너지면서 남한과의 평화공존을 모색할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정권이 오랜 세월에 걸쳐 수령 독재체제를 수립해 온 만큼 동 체제가 무너지는 데도 적지 않은 세월이 소요되면서, 수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관성에 의해 현 체제대로 상당 기간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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