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⑫] 한국적인 것 - 신명
[아! 대한민국 ⑫] 한국적인 것 - 신명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2.02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우리는 한국적인 것들 속에서 그것을 즐기며 자랐다. 물론 그것이 한국적인 것이라는 걸 깨달은 건 훨씬 뒤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예컨대 아이를 낳으면 고추와 숯으로 만든 금줄을 건다거나, 어머니가 부엌과 장광의 조왕신에 찬물을 떠놓고 비는 의식이 그랬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도리도리 잼잼이라든가 자치기, 사방치기, 강건너뛰기 등의 전통놀이도 당시의 우리에게는 익숙했었다.

나는 산등성이 조각밭에 농사를 짓고 있는데, 호미야말로 한국적 노동에 적합한 한국적인 농기구라고 확신하고 있다. 만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서서 괭이로 일을 하면 중국사람이요, 앉아서 호미로 밭을 가꾸면 조선족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홍익인간의 정신도 한민족이 창안해내고 발전시킨 한국적인 사상이라고 믿는다. 세종대왕이 문자로 서로 통하지 못하는 가엾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것도, 홍익인간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가엾은 백성이 어디 한국에만 있으랴.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에게도 세종대왕의 홍익인간의 사랑이 미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철학사전’이 나왔다. 이 책은 서양철학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과도 구별되는 한국만의 개념들을 정리했다. 한국사상을 상징하는 용어 78개, 인물 79명, 저술 59개를 표제어로 선정했다.

그 가운데는 ‘신명’도 있다. 신명은 “어떤 계기를 통해 내 몸 안에 신기(神氣)가 들어와 사람 안의 기운과 합쳐져서 고도로 흥분된 상태로, 이것이 흥으로 표출되면서 정(情)가 한(恨)이 하나로 어우러져 모든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고 미적으로도 지극히 아름답고 멋지게 되는 기운”이다.

한국인에게는 이 신명이 생활 속에 녹아있다가 수시로 표출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리응원에 나타난 신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70~80년대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도 신명은 있었다.

자식이나 남편을 감옥에 둔 어머니들이 함께 모여 집회할 때 슬픔을 접고 한껏 신명나게 “우리는 서서 죽기를 원한단다 좋다 좋아, 우리는 뿌리파다 좋다 좋아”를 노래하며 투쟁했다. 이것을 보고 외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도 신명을 내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감탄하곤 했다.

나는 사물놀이가 한국적 신명을 표출하는 전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물놀이를 이끌고 있는 김덕수에게 ‘신명’이라는 아호를 선물했는데 그는 과연 ‘신명’의 사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