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문명(文明)은 '모여살기의 매뉴얼' 아닐까?
[잡기] 문명(文明)은 '모여살기의 매뉴얼' 아닐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02.0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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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가에서 피라미드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

 
나일 강가에서 피라미드를 바라보면서 문득 문명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나일강은 4대 고대문명 발상지의 하나다. 

고고학에 따르면 현생인류의 시원지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인근이다. 나일강 하류의 삼각지는 아마 현인류의 조상들이 가장 먼저 정착해 문명을 이룬 곳임에 분명하다.

문명이라는 말의 어원은 영어다. ‘글이 밝다(文明)’는 한자어의 뜻만 가지고는 백번을 읽어도 뜻을 알 수 없다.현대 중국어로는 ‘유식하고 예절 바르다’는 뜻의 형용사 용법으로 많이 쓰인다.

문명은 시빌리제이션(civilization)이라는 영어 단어를 번역한 것이다. 시빌(civil)이라는 형용사와 시빌라이즈(civilize)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다. 시빌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나일강의 피라미드를 보면서 불현듯 그 의미를 되새겨본 것이다. 시빌은 많이 모여 살기, 사람들 가운데 끼어서 산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게 그때  떠오른 생각이었다.

사람은 모여살기를 했지만, 대규모로 모여살기를 한 것은 농업을 발명한 이후에야 가능했다는 게 인류학의 정설이다. 농업의 발명은 인류를 수렵과 유목의 방랑에서 벗어나서 정착생활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소규모로 모여 살아서는 문명을 이룰 수 없다.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라는 명저에서 밝혔듯이 농경생활을 통해 대규모로 모여살아야 문자도 만들어지고 무기도 만들어지고 병균도 생겨 무당과 의사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대규모로 모여살기 시작했을까? 인류학은 아직 대규모로 모여살게 된 계기를 두고 정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피의 한 논문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계기가 신을 찬양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밝혔다. 

수렵생활로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신을 경배하는 종교생활을 위해 한번씩 대규모로 모였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들은 모여서 신전을 만들었다. 결코 농업지역이 아닌 곳에 신전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를 생각을 하다 피라미드를 만드려 사람들이 모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피라미드를 만들자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피라미드를 이루는 돌 하나가 2.5톤이다. 이 돌 230만개를 쌓아서 큰 피라미드 하나를 만들었다.

영국의 한 학자는 피라미드의 위치가 나일강이 범람했을 때의 강가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학설을 주장했다. 피라미드는 노예들을 동원해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나일강은 해마다 범람을 한다. 4개월동안 나일강의 비옥한 삼각지가 물에 잠긴다.

이 범람으로 농지가 물에 잠겼을 때 농민들은 할일이 없어진다. 그때 자진해서 외부로 돈벌이를 나간 곳이 피라미드 공사장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피라미드 공사가 고대 이집트의 뉴딜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집트문명의 건설자들은 어느 시기부터는 피라미드 건설을 중단했다. 대신 곳곳에 새로이 신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전 건설이 피라미드 공사를 대신한 것이다.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은 찬란한 나일강의 고대문명을 만들어냈다. 농업도 발전시켰다. 모여사는 방법을 터득해낸 것이다. 그게 시빌이라는 뜻이 아닐까? 문명은 모여 살기이며,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매뉴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나일 강가에서 부질없이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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