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별, 나이별 후보할당제라니
[시론] 성별, 나이별 후보할당제라니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2.14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11일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마다 활기에 찬 공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이 한 몸 다 바치겠다는 애국심의 화신들이 자천, 타천으로 저마다 발버둥 친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학력에 입이 딱 벌어질만한 경력을 내세워 공천을 달라고 야단들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두 공천을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과거의 공천사례를 보더라도 많은 곳은 10명이 윗 도는 경쟁을 벌인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반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학력과 경력은 기본이니까 따질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재력이 넉넉하고 인격과 학식이 넘쳐흐른다.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자기 소개서’라는 것을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하는데 이것을 읽어보면 참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애국심과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갸륵하기만 하다.

투표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이런 사람이 국정의 주역이 된다면 국민은 편안하고 나라는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각 정당에서 높게 평가한 점수를 받고 공천을 획득한 사람들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이처럼 훌륭한 사람들이 공정경쟁을 통하여 국회의원에 당선한다. 낙선한 사람을 아쉽게 생각하기는 국민 모두가 느끼는 점이지만 팔자에 없는 자리라거나, 아직 운이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생각하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이 막상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다음부터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목숨이라도 바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떠받들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배지를 다는 순간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변하고 만다. 신의와 약속은 정치공인(政治公人)의 상징이어야 한다.

선거로 선출된 정치공인은 믿음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신뢰를 얻는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 김대중은 “나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이 있을 뿐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거짓말을 한 것인데도 그는 교묘한 언어유희로 이를 구분하여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구실로 삼았다. 정치인이 거짓말이나 약속위반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국정운영에 지대한 암적(癌的) 요소가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길 때에는 그 사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국민들이 귀중한 선거권을 행사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이다. 그들로 하여금 확실한 책임감을 가지라는 명령이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쥔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일보다 더 급하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친척 친지들만 챙기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다. 영남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호남 사람을 내동댕이 친다. 반면 호남 사람이 대권을 거머쥐니까 이번에는 영남사람을 내쫓는다.

지역과 학연 그리고 특정 종교에 집착하여 공정무사(公正無私)한 인사 시스템이 가동하지 못하는데서 모든 불씨는 터져 나왔다. 전제(專制) 권력을 휘둘렀던 옛날 임금들도 지역안배(地域按配)를 잊지 않았다. 왕의 일가친척들의 벼슬길은 엄격하게 제한했다. 요즘 터져 나온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다른 대통령 시절과 눈곱만큼의 차이도 없이 똑같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런 악재(惡材)를 쌓아 놓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의 앞길은 밝을 수 없다.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경쟁적으로 공천 신청에서부터 붐을 일으키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민주통합당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우선 신청자 수가 많다. 지역적으로도 평균이 골고루 퍼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당권을 인수한 후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중진들의 용퇴가 이어지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신청자들의 자기주장은 거세기만 하다.

노무현 시절 386세대의 등장으로 나이 많은 정치인들은 도태되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수백 년의 의회역사를 가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경륜 정치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나이와 선거를 연결시키는 일은 결코 없다.

80~90세는 흔하고 백 살을 넘긴 의원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림없다. 심지어 30~40세 대(帶)의 공천 신청자들이 자기들에게 20%를 할애하라고 요구한다. 어떤 당에서는 여성후보의 15% 지역구 배정을 공천기준으로 정하기도 했으니 한심스럽다.

헌법의 평등권에 대한 무자비한 도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입만 열면 인권 평등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여성 표와 젊은 표를 의식하여 평등권을 짓밟는다면 그들이 국정운영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어떤 가공할 사태가 일어날 것인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민주국가의 선거는 공명정대를 제일의로 삼는다. 후보가 된 사람은 정당공천이거나 무소속임을 막론하고 평등하고 공정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지 성별, 나이별 할당제에 의한 특혜로 당선했을 때 선거의 정당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