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밤
생각의 물결이
바람 따라 다가온다
투명 파도를 이루며
창을 두드리듯 맴 돈다
먼 곳의 목소리가
가까이 와서 들리고
가까이 있던 얼굴이 서서히 멀어진다
그 뒤 따라 내 별을 손끝으로 찾아 본다
희미해진 눈빛에 짜가운 물기가 서린다
수십 년을 휘돌아 다시 오는 배 한 척
바람 뒤에서 빈 그림자가
돛대처럼 흔들린다
모래밭에 남았던 나의 곤한 발자국도
바람 가는 어둠 속으로
흔적 없이 지워진다.
혼자라는 것
꽃은 자기의 모습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지향할 뿐이다. 그것처럼 혼자 가기로 한 길은 외로운 걸음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다가 보면 강江도 지나고 푸른 솔밭松林도 나올 것이다. 나무와 풀과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이 더 정답고 가까워진다. 곁을 스치고 간 바람과 또 다가올 바람들. 그 바람 속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생각해야만 할 때가 많다. 살아있음으로 또 결국은 혼자이기 때문에.
저작권자 © 월드코리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