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제북송하면 중국이 편안해질까
[시론] 강제북송하면 중국이 편안해질까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2.2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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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중국 땅에는 엄청나게 많다고 알려져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사이에는 언제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산을 넘거나 강을 건너면 다른 나라로 들어간다. 자기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저히 못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낯설고 물 설은 다른 나라로 새로운 희망을 안고 건너가는 것이다.

국가 간에는 상호협정으로 국민들의 왕래를 합법적으로 보증하는 여권과 사증(査證)을 발급하여 자유로운 여행을 도와준다. 무단히 국경을 넘으면 당연히 불법 월경죄(越境罪)로 처벌받는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살아간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국경지역의 일정부분을 봉금(封禁)지역으로 지정하여 어느 나라 사람도 이 지역에서는 살지 못하게 한 일이 있다. 지금 남북 간에 지키고 있는 DNZ를 신판 봉금지역이라고 부를 만하다. DNZ는 한국전쟁의 산물로 38선을 대신한 휴전선이기에 아예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과거의 봉금지역은 그렇게 심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자기 땅이 없는 사람들은 몰래 봉금지역에서 농사도 지으며 관원의 눈을 피해 드나들었다.

이처럼 역사적인 의미를 간직한 나라 사이의 경계선은 몰래 넘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결국 뚫리게 되는 것이다. 대개 못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넘어가려고 한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널따란 국경은 아예 길고긴 높은 담을 세웠다.

베르린을 가로 막았던 서독과 동독의 장벽은 이를 무너뜨리면서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이 캐나다 비자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통하여 길을 낸다는 말도 있어 밀입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월경자들은 탈북난민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북한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 꽤 오래된다.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은 간헐적으로 유출되는 저들의 비밀 르포 필름에 의해서 그 실상이 알려진다. 살기 어려운 이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 땅으로 넘어온다.

한 발짝만 떼면 중국이기에 감시병의 눈을 피해 강을 건너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도문(圖門)지역을 여행하면서 두만강 기슭에 가보면 불과 몇 초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많은 북한인민들이 중국에 들어온다. 불법 입국한 이들은 행여 공안에 잡힐까 두려운 나머지 중국인들의 노예노릇을 하는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처럼 밥을 굶지는 않는다. 이런 간난신고 끝에 한국으로 들어온 이들이 약 2만 명이다.

하나원을 통하여 정착교육을 받고 기초생활비를 지원받기도 하지만 모두 잘살진 못한다. 그래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에는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고, 열심히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이도 있다. 동아 조선 등 메이저 신문의 기자로도 활약한다.

이들이 지긋지긋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자유를 찾으려는 희망에서다. 남북 간의 체제경쟁에서는 이미 남쪽이 이겼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쌀과 돈은 지원받지만 자존심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막무가내다. 금강산에서 관광객을 총으로 쏴죽이고도 사과 한마디를 아껴 몇 년째 금강산 관광이 폐쇄되었다.

개성공단만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 4만 명에 이르는 많은 북한주민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한다. 북한으로서는 꿀과 같다. 여기서 생산한 상품은 한국을 통하여 세계 각국에 ‘한국산’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 31명을 북한 측에서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이 세습한 정권의 ‘무서움’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들을 공개처형하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가장 빠른 정보를 입수한 국회 박선영의원이 중국대사관 앞에 움막을 치고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2월28일에는 4.19혁명공로자회 150여명 회원들이 노구를 무릅쓰고 현장에서 일대시위를 전개했다. 자유 정의 민주를 외치며 이승만정권을 무너뜨렸던 4.19혁명 사자들이 모처럼 일어나 같은 민족을 살리자고 목청을 높인 것이다. 야당총수를 역임한 7선 국회의원 이기택이 선두에서 지휘한 자유의 외침이었다.

“---초근목피로도 연명하지 못하여 300만이 굶어 죽어야 했으니 이미 정권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체제강화를 위해서 원자폭탄을 만들고 무기를 수출하여 선군정치의 맥을 잇는다. 여기에는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퍼주기도 큰 몫을 했다. ---탈북민에 대해서는 그들의 자유의사를 제삼자의 입회로 정확하게 파악하여 행여 있을 수 있는 인권말살과 생명경시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한 겨레, 한 민족의 성원을 사지에 몰아넣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이 성명을 발표한다.”

이 선언문은 4.19혁명 국가유공자로서 자긍심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 노구를 돌아보지 않고 청년시대의 기개로 되돌아왔음을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특히 피에 맺힌 구호를 통하여 모든 시민 사회단체는 좌우를 막론하고 북송저지에 동참할 것을 제의하고 국회에 대하여 ‘북한인권법’을 즉시 제정하라고 촉구한 것은 이 날의 백미(白眉)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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