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름다운세상] 카자흐스탄 바라보예 여행기
[참아름다운세상] 카자흐스탄 바라보예 여행기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8.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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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지 <중앙대학교 노어학과>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바라보예로 여행을 떠났다. 바라보예까지는 알마티에서 바로가는 기차가 있다. 우리는 25시간동안 타고갈 기차에서 무얼하나 걱정했지만 현지인 아이들과 인사와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 아스타나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30분 정도 정차하는 아스타나 역에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바라보예에 닿아 기차에서 내리고 보니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을 찌푸릴 정도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13명이었다.

우리는 현지식이 제공되는 호텔보다 우리가 스스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카테지, 한국의 팬션과 같은 곳에 들었다. 팬션은 2층집으로 방도 무려 거실을 제외하고 6개나 됐다. 저녁에는 숙소 앞 호수에 산책을 나갔다. 저녁노을과 선선히 부는 바람,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소나무, 그리고 호수는 25시간이 넘는 여행길의 피곤함을 싹 가시게 했다.

아침 일찍 식사당번들의 기상소리에 다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는 월요일에 도착을 했는데 하필 시장이 쉬는 날이라 음식재료를 다 구입하지 못해 일부 친구들은 시장에 갔다.

그곳에는 매일매일 말타기, 등산, 바라보예 관광, 아스타나 관광 등 프로그램이 제공되는데 참여하려면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한다. 우리는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에 있는 돌을 보는 비밀의 돌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또다른 호수에 도착하자 호수 한 가운에데 돌이 있었다.

우리는 팀을 짜서 배에 올라탔는데 노를 젓는게 쉽지 않아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배를 탔다. 비밀의 돌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보는 위치에 따라 그 돌의 모양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쪽으로는 젊은 여자의 모습, 나이든 여자의 모습, 악어, 거북이, 뱀 등의 모습들이 보이니 신기했다.

다음 날 아침, 새벽에 비가 내려서인지 선선했다. 우리는 아침식사후 성경공부를 한뒤 별다른 계획이 없어 물놀이를 나갔다. 오늘은 팀을 짜서 축구, 피구를 하면서 진팀이금요일 식사당번을 하기로 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도 모른채 초조해하며 바쁘게 살았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보고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어쩌면 한국과 비교하며 이렇게 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카자흐스탄 민족의 삶이 맞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목요일 오후에는 근처 바라보예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바위나 산에 얽힌 설화들을 이야기 하면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 한 이야기는 이랬다. 마을에 한 청년이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적들이 침입해왔다.

그 마을에 어느 남자도 그 적들에게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 청년이 그 적들을 혼자서 맞서 싸웠다. 계속되는 적들의 침입에 청년은 눈이 멀고 부상을 당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던 그 청년은 마지막 적들의 침입에 두팔로 마을을 감싸 안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청년이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저 멀리 보이는 산의 모양이 정말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자기 민족을 사랑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다운 설화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해 공원에서 카자흐스탄 전통옷을 입어보았다. 알마티에도 기회가 있겠지만 그 곳을 배경으로 찍으니 정말로 광야에서 사는 카자흐스탄 사람 같았다. 지나가던 현지인들도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인사하며 지나갔다.

드디어 가는 날, 아침 10시부터 말을 타러 갈 사람들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어렸을 때 타보고 처음 타는 말이라서 무섭기도 했지만 말들이 얼마나 튼튼하고 큰지 호기심이 생겼다. 다른 친구들 말은 건강해보이고 키도 큰데 유독 내가 탄말은 눈도 충혈되고 비실비실 거려서 모두들 웃고 나는 말이 풀썩 주저 앉을까봐 타는 내내 얼마나 걱정 했는지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에 있던 일행들이 벌써 짐을 다 꾸려놓고 있었다. 우리도 각자 집을 챙겨 호텔에 맡긴뒤 발로 밟아서 타는 배를 타고 나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게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

1년동안 지내면서 이들의 민족성에 대해 속으로 비판도 해보고 한국과 비교도 해보고 했지만 이번 여행으로 이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마음을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보다 조금 더딘 경제발전이 이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보단 이들의 민족에 대한 사랑과 여유로움을 그대로 바라봐주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카자흐스탄 한인일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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