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⑰] 직지심경
[아! 대한민국⑰] 직지심경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4.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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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인쇄술의 발명과 그 발전이야말로 인류의 삶 자체를 바꾸고 진일보시킨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IT가 일반화되기까지 인류문명을 주도해 온 것은 인쇄문화라고 할 것이다. 일일히 하나하나 글씨로 써서 다른 사람에게 읽히던 것을 나무활자로, 그것을 다시 금속활자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비로소 동시에 같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금속활자가 독일에서 구텐베르그에 의해서 최초로 발명, 실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도서의 해’ 전시회에서 구텐베르그 성서보다 70여년 앞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이 고려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이 바로 직지심체요절이었다. ‘직지’ 또는 ‘직지심체’ ‘직지심경’이라고 불리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나무활자가 나오고, 또 금속활자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독서수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고려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국가였다.

직지심경은 1886년 조선과 프랑스 사이에 통상조약이 맺어진 직후 우리나라에 온 프랑스 외교관이 오래된 책과 각종 문화재를 수집해갈 때 거기에 휩쓸려 갔다. 1911년 경매에서 프랑스의 골동품 수집가가 그걸 샀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프랑스도서관에 기증, 그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1955년 프랑스에 유학 와 있던 박병선 박사였다. 직지를 발견한 그는 그것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마침내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가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로써 직지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 세계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1377년, 청주의 흥덕사에서 석찬과 달장 두 스님은 그들의 스승 백운화상의 책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금속활자를 만들 연구를 시작했다. 묘덕이라는 여승이 작업에 필요한 물자와 경비를 마련해 주었다.

붓으로 쓴 글씨를 밀랍의 판 위에 뒤집어 얹고, 글자를 새겨 금속활자를 마침내 만들어 낸 것이었다. ‘직지심체’는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는 가르침이며, 요절이란 중요한 구절을 따로 모았다는 뜻이다.

금속활자가 한국에서 최초로 발명되었다는 것은 한국인이 세계문명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이 IT문명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한국인이야말로 새로운 문명을 창도하는 문화민족이라는 새삼스러운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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