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는
잡초 무성한 폐가廢家의
이끼 낀 담장 옆에
기대어 살고 있는 아담한 앵두나무
자갈 밭 이랑 따라
햇빛 실어 온 바람과
간간이 내비치는 진흙 샘 몇 모금에
새빨간 물방울을 색등처럼 달았다
얼마는 까치가 호기심에 물어가고
한 웅큼은 오줌 누던 장돌뱅이가 따먹었고
또 한 바구니는 길 잘못 든 등산객이 횡재한 후
나머지는 트럭 기사가
마누라주려 따갔다
돌보는 이 없는데도
촘촘히 열린 자紫 구슬
골물에 곱게 씻어 술 담구든 안주인은
올해도 구름지난 듯 캄캄 무소식인데
실히 영근 것들을 맥없이 털리고도
초여름 장맛비에 우산처럼 부풀리며
잎이라도 무성케 하고 새 순 높이 뻗는 것은
까무잡잡한 얼굴이지만
몹시 보고픈 탓이다.
고아했던 목련도 황사에 지고 화사하든 벚꽃도 강풍에 낙화하면 복사꽃 뒤를 이어 앵두꽃이 핀다. 순차적으로 꽃은 피면서 먼저 우리의 마음을 순화 시킨다. 그리고 열매를 맺고 익게 한 후 바람을 이용하거나 짐승이나 사람이 먹게 하여 종자를 번식한다. 나머지 시간은 잎을 더욱 푸르게 하며 성장한다. 누가 그것을 알려 주었을까. 자연의 이치다. 이중 과일나무는 사람이 집 주변에 심음으로 사람과 함께 살며 사람과 함께 자란다.
힘든 노동과 궁핍함에서 벗어나고자 이농하여 도시로 온 사람이 많았다. 정든 집이였지만 빈집이 군데군데 생겼다. 고향을 등지면서 소도 떠나보냈고 강아지도 싼 값에 팔아버렸다. 눈물을 비치면서 보냈다.
대추나무며 감나무 그리고 앵두나무는 그대로 남아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인지..베어버리지 않음이 다행이었다. 맛있게 따 먹으며 매년 거름도 주었던 앵두나무에 송어 알을 뿌려 놓은 듯 한 열매가 소담스럽게 익었다. 그러나 주인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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