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교폭력, 너는 저승사자란 말이냐
[시론] 학교폭력, 너는 저승사자란 말이냐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5.04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 네 이름은 이제 멸시의 대상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증오한다. 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설 땅이 없다. 너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먹고 마셔야 산다. 그리고 배설한다. 배설물을 모으는 곳은 가장 더러운 곳이다. 냄새도 고약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요즘은 대부분이 수세식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에서도 역겨운 냄새를 맡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측간(厠間)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너보다는 낫다. 너는 모든 사람이 다 멀리하는 측간에서도 부르지 않는다.

네가 자립잡고 큰소리치는 것은 오직 너의 치사하고 간악함 때문이다. 너는 누가 뭐라고 해도 비겁하고 비루하다. 학교폭력, 너는 너보다 힘이 조금만 세도 바로 무릎 꿇는 비겁자 아니냐.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라.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힘센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사실쯤은 너도 알고 있었을 것 아니냐.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힘 좀 쓴다고 하면 그래야 사람 구실하는 것 아니냐. 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와 정반대로만 나갔지? 이것은 힘도 아니고 용기도 아니다. 너는 이 세상에 나보다 힘 센 자는 아무도 없다고 큰소리치다가도 문 밖에만 나가면 조직폭력배의 그늘에서 오금도 못 쓰는 주제 아니냐.

너보다 약하다고 때리며, 따돌리고, 공갈쳐서 빼앗은 금품을 네 위쪽에 있는 조폭에게 모조리 바쳐야 하는 너 자신도 네 스스로 얼마나 허탈했겠느냐. 일진에 뽑혔다고 으쓱대다가 며칠도 안 돼 오히려 조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군고구마 장사해서 바치고, 행상노릇해서 상납하느라 바빴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할 일 아니겠느냐.

학교폭력, 너는 네가 저지른 죄악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너무나 불쌍하다. 너로 인해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많은 친구들이 이 세상을 스스로 하직한 줄을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이냐. 평균 하루에 한 명꼴이라고 하니 너는 정녕 저승사자란 말이냐. 너만 아니었다면 꽃다운 나이에 어찌 세상을 하직했을까.

너에게도 부모와 형, 누나, 동생이 있지 않느냐. 너를 사랑하는 가족들은 네가 학교폭력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다. 너를 가장 착하고, 아름답고, 멋진 학생으로 알고 있는 가족이다. 너도 집에만 가면 언제 내가 학교폭력이더냐 하는 넉넉한 얼굴로 시침을 뚝 따고 들어갈 것 아니냐.

하이드와 지킬박사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있느냐. 한 쪽 얼굴은 지극히 선하고, 그 뒷면은 악마의 화신이다. 한 사람이 악과 선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이름을 댄다. 학교폭력, 너 역시 그러한 양면성을 지닌 더없이 비겁하고 더러운 존재 아니더냐.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생각이 들면 얼른 뛰쳐나와야 한다. 세상은 넓고 크다는 말을 들어봤지? 인생은 아무리 짧아도 이제는 80~90까지 사는 이들이 많다. 네 가족, 네 이웃, 네 친구들도 모두 그 나이까지 함께 살 운명이다.

살다보면 앞뒤가 바뀌고, 강약이 헷갈린다. 언젠가 신문에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사람이 졸업 후 15년 만에 당사자를 만나 처절하게 복수했다는 끔찍한 기사를 접한 일이 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네가 지금 으스대지만 내일이라도 뒤바뀔 수 있는 것이 세상일이다.

네 운명의 끝을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보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게 너의 앞날이다. 네가 지금대로 나가면 네 앞은 캄캄하다. 이 점을 뼛속 깊이 깨닫는 순간 너는 전기를 맞은 것처럼 번쩍 정신이 들 것이다. 폭력을 쓴 사람은 잊어버려도 당한 사람은 평생 그 수모를 잊지 못한다. 보복은 무서운 것이다. 복수의 칼날이 너를 겨냥하고 있다고 하면 10년, 20년 후까지 네가 버틸 성싶으냐.

유행가에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어. 너 역시 힘 있을 때 양보하고, 겸손하면 결국 너에게 덕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학생들의 폭력은 더욱 비열한 방법으로 행해진다고 하더라. 때리고, 꼬집고, 할퀴며 성폭행을 넘어 성매매 강요로까지 발전한다고 하니 이것은 이미 학생 간의 다툼이 아니로구나. 인간의 범주도 벗어났구나. 한탄! 한탄!

여학생폭력, 너에게 언제 남의 정조를 강제의 힘으로 팔고 사게 하는 면허증을 줬더냐. 짐승들도 하지 않는 더러운 행위를 하고도 네 얼굴에는 로션을 바를 생각이 나느냐. 자라나는 학생들끼리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다투는 것쯤이냐 인간생활에서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상도(常道)를 벗어나면 곧 범죄행위가 된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 자기의 목숨조차 지푸라기처럼 버렸던 수많은 애국선열을 알고 있다. 너도 들어봤겠지? 학교폭력, 너에게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어찌 없겠느냐. 망나니 노릇을 하던 깡패도 목사나 스님이 되어 사회를 희망으로 이끄는 분들이 하나둘 아니다.

너에게도 그럴 소양은 무궁무진하다. 네 아까운 재주를 남의 가슴에 못 박는 일로 보낸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 억장이 막혀 오늘 푸념을 해본다만 두 눈을 부릅뜨고 가슴 깊이 새겼으면 더 바랄게 없다. 너로 인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뛰어내릴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까운 네 친구를 꼭 챙겨봐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