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한조선족사회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기고] 재한조선족사회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 김정룡 기자<동북아 신문>
  • 승인 2012.05.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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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에 중국동포일군이 없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학원에 몰려갔기 때문이라 합니다” 모 방송국 보도내용이다.

농어촌뿐 아니다. 회사, 건설업, 음식점 등 중국동포 근로자가 많았던 직장들이 요즘 들어 자리가 비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역시 임시 휴가를 내거나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사회에 눈길을 돌리고 있던 학원들이 기술교육생입국저조로 불경기였다가 요즘 기능사자격증 때문에 호황을 맞고 있다.

얼마나 많은 중국동포가 기능사자격증취득에 관심이 있는 걸까? 지난 4월 15일 동북아신문이 법무부 F-4확대정책설명회를 개최한 이후로 현재까지 약 2천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 2006년 재입국프로그램 실시 때와 비슷하게 붐볐다. 이곳저곳에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원들이 전단지를 뿌리고 있다. 동포밀집지역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비자변경이다. 절대다수가 귀국하기를 꺼려 어떻게 하나 한국에 남으려고 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에 뛰어든다. 대다수가 연령대가 높아 수십 년 놓았던 공부를 하자니 실로 고역이다. 그래도 고역을 감내하고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한테 물려준 공부란 낱말은 중국어 ‘工夫’에서 유래되었다. ‘工夫’란 어떤 높은 차원의 경지를 뜻한다. 일본인은 공부를 벤쿄(べんきキょウ)라 하는데 한자로 ‘면강(勉強)’ 이라 적는다. 이 ‘면강(勉強)’이란 어휘는 글자 그대로 억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일본인은 공부를 일종 억지행위라고 간주한 것이다. 어찌 보면 공부는 억지로 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사람은 공부한다는 것이 실로 죽을 맛이 나는 억지노릇이다. 특히 요즘 재한조선족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기능사자격증취득 때문에 학원에 몰려드는 붐은 우리말 ‘工夫’보다 일본말 ‘勉強’이라 할 수 있다.

사정은 이해 가지만 ‘勉強’으로 출발하여 ‘勉強’으로 끝난다면 실패이다. ‘勉強’으로 출발하였으나 ‘工夫’로 전환되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비록 ‘勉強’으로 출발하였으나 하다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工夫’로 바뀌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工夫’가 되었든 ‘勉強’이 되었든 단순노무일군이 주력이던 재한조선족사회에 배움의 붐이 일어났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남편이 주말이면 친구 만나 술을 마시고 허송세월을 보내던 것이 요즘 학원에 나가기에 술을 마시지 않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한 중국동포 여성의 말이다.

어떤 방식이든 배움은 좋은 일이다. 재한조선족사회가 변화하고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는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문명평론가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류는 지금까지 농업혁명에 의한 제1의 물결, 산업혁명에 의한 제2의 물결이라는 대변혁의 물결을 경험했고 금후 20~30년 사이에 과학기술 및 정보화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앨빈 토플러의 예측대로 우리는 제3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재한조선족사회 절대다수는 제3의 물결과는 거리가 멀다. 몸으로만 때우는 단순노무에만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재한조선족사회에서 일고 있는 배움의 붐 물결이 결실을 맺어 제3의 물결에 어울리는 사회구성원으로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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