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⑲] 이 자스민
[아! 대한민국 ⑲] 이 자스민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5.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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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 이 자스민씨에 대한 차별성 인신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당선소식이 전해지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비난이 난무했다. 어쩌면 그것은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라, 평균적 한국인에게 깊이 뿌리내린 집단무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스민에 대한 비난의 배경에는 ‘반만년 역사에 빛나는 단일민족’이라는 잘못된 한국인의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2010년까지 사용된 국정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같은 단일민족 의식은 20세기 초 망국의 아픔과 36년에 걸친 일제의 식민통치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어 왔다.

한민족을 단합시키고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데 단일민족 이념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저항적 민족주의가 인종주의로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사태가 아닌가 싶다.

2011년 말, 전국 19세-74세의 2500명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혈통을 중시하는 답변이 87%에 가까웠다. 이는 스웨덴 30%, 미국 55%에 비해 현저히 높다. 또 다문화 공존에 대한 유럽 18개국 국민의 찬성비율이 74%인데 비해 한국인은 36%에 그쳤다.

단일민족론이나 인종적 순혈주의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에 의하면, 우리나라 250여 성씨 가운데 150여 개가 외래 성이며, 고려초기에 이미 인구의 17%가 외래인이었다고 한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許皇玉)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으며, 현재 600만명에 달하는 김해 김씨와 양천 허씨, 태인 허씨, 하양 허씨, 김해 허씨와 인천 이씨 등이 모두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후예들이다.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14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으며, 이제 외국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또한 한국인 1천만명 가까이가 세계에 나가 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이 당당한 세계시민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당연한 만큼, 우리도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따뜻해야 한다.

이자스민씨는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건너와 귀화했다.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그는 자신은 한국인이며, 한국의 며느리이며 아이의 엄마라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완득이’라는 영화에 출연, 필리핀 출신의 엄마 역을 훌륭히 연기해 냈다. 그는 필리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이민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 모든 비난 속에서도 “상처는 받았지만, 대한민국이 얼마나 포용력이 대단한지 알았다”고 말해, 오히려 우리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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