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울 곳을 찾는 그 사람은
[詩가 있는 칼럼] 울 곳을 찾는 그 사람은
  • 이용대 <시인>
  • 승인 2012.05.2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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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곳을 찾는 그 사람은

스스로 울타리 되어

근심을 안은 채 잠들며

걱정으로 눈을 뜨는 단기필마인 사람이 있다

 

 

기분 좋은 일 있어도 오래 웃지 않는다
약해지면 계속하여 마른기침을 해대는 그 사람은
종이를 발라놓은 얇은 유리창이다

들어다 볼 수 없지만 식구들을 위하여

힘없듯 깨어지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용사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넉넉한 어른인척하면서

돈벌이가 시원찮은 것과 지위가 높지 못한 탓으로

비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운 머리로 살고 있다

 

늦은 밤엔 서너 번씩 방문마다 둘러보며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현관을 확인하는 그 사람

 

옛 친구와 마주할 땐

소년으로 돌아가고픈 눈가가

철지난 가을이거나 겨울이 되어 버리는데도

태풍에 끄덕 않는

아름드리나무로 서고 싶다

 

든든한 바위같이 끝까지 버티기를 다짐하며

가족들이 잠든 후에야 울 곳을 찾는 그 사람은

아버지라 불리워지는

외로운 기둥이다.


아버지란 이름

 
 가정엔 기둥이 둘 있다. 주목主木은 아버지이다. 스탈린도 어린 딸 스페틀라나 앞에서는 꼼짝 못했다. 아빠 목말라 하면 재빨리 부엌에 가서 물을 떠다 주었다. 하물며 범부로써는 더욱 그렇다.

  자녀들의 학업과 건강을 위하여 밤낮없이 뛰었다. 아내의 심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술에 만취된 적도 있었다. 괜히 그랬겠는가. 진로를 위함이었다. 가정이라는 공동 삶을 위하여 건강을 생각 않고 헤쳐 나왔다. 매일 매일이 근심이었다. 사회 한 모퉁이로부터 험악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정을 생각했다.

  강퇴나 명퇴 또는 만기 퇴직한 아버지들의 가슴은 더욱 그렇다. 자신의 생애보다도 자녀들의 앞날을 더 안타까워한다. 빡빡한 용돈이자만 용기를 내어 오랜만에 옛 친구와 마주한다. 멋모르던 어린 날로 돌아가 본다. 한 순간만이라도 철없이 웃어본다.

  돌아오는 길. 주머니에 손을 푹 쑤셔 넣고 뚜벅 뚜벅 걸어온다. 모처럼 밤하늘을 처다 본다. 어릴 제 보았던 것과 똑 같은 달이 떠있다 . 그러나 달도 혼자이다. 눈가가 젖는다. 하지만 가정 앞에서는 용감한 용사로 아직 남아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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