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아이고, 나 떨어졌어"
[Essay Garden] "아이고, 나 떨어졌어"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2.06.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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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새들이 날아간 줄 알았다. 쌓인 새똥을 청소해 주고 알을 또 낳아 품으라고 깨끗한 종이 판자를 깔아주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는데 한 마리가 후드득 근처 꽃나무 속으로 떨어졌다. 아직 잘 날지를 못하니 손동작이 빠른 남편이 두 손으로 새를 붙잡았다. 아이고, 엄마! 나 떨어졌다며 말하는 듯 새끼의 가냘픈 가슴이 뛰는 걸 보니 안타까웠다. 얼마나 놀랐을까. 나도 어릴 적은 물론, 결혼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불안한 일이 생길 때면 새가슴이 되어 통통 뛰었는데 말이다.
 
고양이의 밥이 되지 않게 하려니 내가 또 새의 엄마가 되어주어야 했다. 지난번에도 같은 경우로 새들을 보살펴 보니 제 어미가 날아와 밥을 먹이는 게 가장 좋은 식사법이었다. 녀석의 몸집이 제법 통통하다. 빨래를 담는 플라스틱 소쿠리를 엎어 놓고 잔가지들을 이리저리 걸쳐 놓았다. 새끼는 아직 자기를 붙들어간 인간이 누구인지 몰라 숨을 죽이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면 겁에 질려 포기했을까.
 
매일 이른 아침과 저녁이면 아비랑 어미가 교대로 날아와 밥을 먹였다. 날갯짓하는 몸놀림이 날마다 달라졌다. 창공을 날아갈 수 있는지 나는 유리창 문을 통해 관찰했다. 사흘이 되니 녀석이 나를 경계 하며 요리조리 숨었다. 그래, 조금만 참고 잘 먹으며 너의 날개를 열심히 움직여라. 답답한 이 새장에서 곧 벗어나게 해주마. 어느 분의 말처럼 우리 집은 미국 흥부네 집이야. 복이 쏟아지는 호박씨를 너에게 바라지는 않지만, 예쁜 날갯짓으로 찾아와 노래나 들려주려무나. 우리가 잘못하여 너를 둥지에서 떨어지게 했지만, 너도 살아갈 복은 있구나. 어미가 물을 머금어 새끼들에게 먹이는 걸 보고 난 후론, 날마다 나는 새들의 목욕통을 씻고 깨끗한 물로 갈아 놓는다. 나흘째 되던 날이다. 부디 건강 하라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나는 소쿠리를 들추어 살포시 구멍을 내주었다. 녀석이 힘차게 창공으로 날아가더니 이웃집 큰 나무에 앉았다. 얼마나 신이 나는 날일까.
 
드디어 정착하여 미국에서 둥지를 튼 내 집. 아담한 크기의 집과 달리 처음으로 넓은 뜰을 보고는 일이 겁이 난 듯 은근히 걱정했던 남편의 말을 난 잊지 못한다. 육 학년이던 딸아이는 집에 온 남자 사촌이랑 잔디 위에서 축구도 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손수 가꾸던 뜰이 있는 집에서 자랐던 나는 고향 집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연약한 내 팔뚝의 노동력과 함께 서서히 우리 집 뜰은 작은 숲 속이 되어갔다. 묵묵히 땅을 돌본지도 17년이 지났다. 꽃들이 지면 지저분하지만, 새들이 인다이브 상추와 아욱이랑 갓씨를 까먹는 걸 보며 기다린다. 재잘거리며 조랑조랑 매달려있는 모습은 인간세상과 다를 게 없다.
 
 
1990년대부터인가, 해마다 날씨는 심각하게 이상기후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줄무늬 테두리를 머리에 두른 크라운 참새도 영영 오지 않는다. 전에 들어 보지 못한 새들의 울음소리도 종종 듣는다. 이번에 떨어진 새끼는 살아났으니 또 제 아비처럼 우리 집을 찾아와 시원한 휘파람소리를 들려주겠지. 그런 날이면 화씨 70도의 온화한 날씨였다. 어, 저기 샛노란 오레올이 와 있네. 눈가에 새까만 아이샤도우를 그린 예쁜 새는 아주 가끔 우리 집을 찾아온다. 작은 꽃삽으로 땅을 뒤엎으면 지렁이가 득실거리는 우리 정원은 새들의 낙원이다. 해마다 물을 절약하며 살아가야 하니 그게 늘 불편하다. 채소를 기르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되어 그만두었다. 건조한 땅에 견디는 꽃나무들로 바꾸어나갔다.
 
전화벨이 울렸다. 고국에 사는 딸아이가 한국의 최고 학부를 다니던 대학생이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슬픈 부음이다. 일 학년이니 꿈도 많았을 테고 그동안 공부도 많이 했을 텐데---. 무슨 일로? 왜? 혹은 잔소리하는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너무 편하게 자랐던 무능력한 환경 탓일까? 자살기록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이 되어간다더니 이런 망국병이 어디 있나! 나도 친정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사춘기 때부터 죽고 싶은 고비 수없이 넘기며 살아왔다. 그렇게 긴 세월 흐르니 스승 같은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미소 지으며 감사한 요즈음이다.
 
내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몸으로 저 넓은 창공을 날아가려고 온 힘으로 날갯짓을 연습하는 새끼를 보라. 선행으로 덕을 쌓고 여러 겁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몸을 어렵게 받는다고 하던데, 어찌하여 자기 목숨을 그리도 쉽게 포기해 버린단 말인가! 삶은 어려움을 멋지게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 진정한 묘미가 있지 않은가.
 
미국은 지금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웃고 떨어진 사람은 슬퍼하고 있는 시기이다. 오는 9월, 새 학기가 오기 전에 본인과 가족이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준비하는 여름 방학이다. 소용도 없는 자존심만 키우지 말고, 남과 비교도 하지 말고, 자기 능력의 크기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어인지. 올바른 사회를 함께 이루어가는 어떤 한 사람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분수에 맞게 살아가다 보면 꿈도 이상도 조금씩은 실현되리라.
▲ 작가가 손수 가꾸어 가는 안뜰

 


 

[필자 소개] 교포월간지 ‘피플 오브 샌디에고’ 주필역임, 수필집 ‘레몬향기처럼(2007년)’과 ‘샌디에고 암탉(2010년)’를 출간했고 한국문인 및 미주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하고 있는 재미수필가. 샌디에고 라디오코리아(www.sdradiokorea.com)에서 '최미자의 문학정원‘ 매주 금요일 연출과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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