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②] 해외동포들은 가승을 남겨놓자
[삼강만평(三江漫評) ②] 해외동포들은 가승을 남겨놓자
  • 정인갑<북경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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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갑 (북경 청화대 교수)

중국역사상 서역의 72개 나라를 정복한 당나라의 탁월한 장군 고선지(高仙芝)는 고구려인이며 천하를 진감한 명나라 요동좌도독 이성량(李成梁)은 조선인이다. 지금 고선지의 후손이 10만 명쯤은 될 것이며 이성량의 후손도 천 명이 넘을 듯하다. 다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족보라도 남겼다면 일일이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 중국의 사이트에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중국조선족은 일본 침략자의 앞잡이이며 일본놈보다 더 악독한 인간이다. 2차 대전이 후 갈데없어 중국에 머물러 있다.’중국조선족은 전민족적으로 반일하였으며 무수히 많은 항일 열사를 배출하였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억이 막힌다. 족보라도 있으면 이런 터무니없는 무함은 당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필자의 처가 학부모회의 때 한국말을 하였다고 저녁에 아들이 대노했다: "반 학생들이너의 엄마는 주절주절 새소리(鳥語)를 하더라라며 놀려줄 것이다. 앞으로 조선말을 하지 말 것, 조선말 하려면 학교에 나타나지 말 것!" 아마 손자 세대쯤 가면 아예 민족을 한족(漢族)이라 고치고 살 듯하다. 필자의 어느 후손이 출세하여 유명인사가 되어 사람들이 “당신 외국혈통이라던데 혹시 조상이 일본인이 아니냐?”라고 물었을 때 “아마 일본인이 맞을 듯하다”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필자의 조부는 반일 독립군에게 공량미를 바치며 살았고 처조부는 독립군으로서 일본군에게 잡혀 교형을 당했다. 구천 하에서 그이들이 이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힐 것이다. 족보라도 남겼으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10년 전 중국과학원 이춘성(李春城) 교수가 연안이씨(延安李氏)의 족보를 필자에게 주며 가승(家乘: 家史)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춘성의 형 이봉덕은 미국 로스-안젤스에 살므로 이춘성의 자식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간지 오래되었다. 필자는 대견하게 보았으며 기꺼이 가승 100부를 만들어 드렸다. 그 가승의 맺는말에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들이 한일합방의 화에 쫓겨 조국을 떠난지 어언 100년이 돼온다. 손자 세대부터는 미국인 행세를 할 듯하다. 인생을 하직하기 전 이 일을 생각하면 허전한 마음과 슬픈 심정을 금하지 못할 때도 많다…방랑 자체가 인류의 본성이며 그저 나는 지구촌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그뿐이 아닌가 라며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에 살든,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 우리 가문의 원 뿌리는 한국이고 이 몸에 흐르는 피의 원천은 한민족이라는 것만은 후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본 가승을 만들어 남기는 바이다. 후손들이 대대로 이 가승을 간직하며 물려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실로 눈물겨운 말이다.

작년이 우리 겨레가 세계로 흩어진 원인이 되는 한일합방 100주년이다. 만약 우리 세대 때 족보(가승)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은 고선지나 이성량의 후손처럼 된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필자는 이미 <하동정씨한림공파 중국학심가승(河東鄭氏翰林公派 中國學心家乘)>이라는 원고를 작성해 놓고(學心은 필자의 조부이다) 북한 6촌 형님이 자료를 가지고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700만 해외 동포들이 다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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