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막말파문', '외교실패'에도 질기게 버티더니...
[분석] '막말파문', '외교실패'에도 질기게 버티더니...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0.09.0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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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특채' 논란에 무너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이름을 떨치며 지난 개각에서도 생명력을 과시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결국 4일 자신의 딸 유현선 씨의 특혜 채용 논란이 커지자 자진 사퇴했다.

유 장관은 2년 7개월의 장관 임기 중 여러 차례 '설화'로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야당에서 '외교 실패를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번 유 장관의 사퇴는 어떤 면에선 예견됐던 일이었다.
이전에 유 장관이 구설수에 올랐을 때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듣고 '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엄정 조사'를 행정안전부에 지시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건은 이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운영 키워드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 가치에 전면 위배되며, 여느 때보다 국민 정서를 크게 자극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가 줄곧 다운됐다가 복구되기를 반복했을 정도였다.
 

◆'막말 파문'에도 꿋꿋했던 유명환=유 장관은 여러 차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상위 랭크될 정도로 잇딴 설화의 주인공이었다.

가장 최근의 일은 유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던 지난 7월 24일.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젊은 애들이 전쟁이냐 평화냐 해서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고 해서 다 (민주당으로)넘어가고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6.2 지방선거 민심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야권 성향 젊은층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또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그러면 계속 북한한테 당하고도 제발 봐주쇼, 북한한테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북한이)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국회 욕설 파문'으로도 곤혹을 치렀었다.

그는 지난해 4월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를 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던 천정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에게 "여기 왜 왔어, 미친xx"라고 욕설을 하는 소리가 국회 사무처 동영상에 담겨 물의를 일으켰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사임 요구를 했었지만, 유 장관은 '질긴 생명력'을 뽐냈다.

'욕설'의 상대였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 딸 특혜논란이 불거진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천명 시인의 '사슴'을 패러디한 글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그는 "구설수가 많아 슬픈 장관이여/언제나 해놓는 일마다 말이 안 되는구나/관운(官運)이 계속되는 너는/무척 높은 족속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명환 장관은 지난해 9월 한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관련,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이른바 '적화통일'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맞는 등 구설수에 올랐었다.

◆막말파문 못지 않은 '외교실패 책임론'=유 장관의 설화가 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외교 수장인 유명환 장관에 대해 '외교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흘러나왔던 것이다.

가장 컸던 것은 이른바 '천안함 외교'에서 보여졌던 외교적 무능이었다.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끌고 가 북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내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의안은 커녕 의장성명에서도 북을 특정해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야당 의원들은 외교부 장관 사퇴를 '천안함 외교전 참패'를 이유로 당시 유 장관 사퇴를 요구했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이끌 8.8 개각 직전엔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이 불거졌다. 국정원 직원 간첩사건을 외교부가 쉬쉬하면서 늑장대응해 외교 마찰이 심각한 상태까지 가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이 개각에서 '장수 장관'을 교체할 의지를 밝히면서 유 장관 교체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8.8개각에서도 유 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외교부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 특혜채용 논란에 무너져=하지만 '장수 장관'도 이번 딸 현선씨 채용 특혜논란은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외교부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계약직 공무원 특별채용 결과 유명환 장관의 딸 유현선씨가 단독으로 채용되면서 특혜논란이 제기된 이래 며칠 간 이 사건으로 온 나라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만큼 '부모 잘 만난 덕에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그 어떤 막말이나 외교 실패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문제였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의혹이 빚어진 직후 '88만원 세대'로서 느끼는 허탈감과 좌절감을 토로했고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섰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사태의 엄중성을 지적하며 거센 사퇴 압력이 일었다.

유 장관의 사과와 응시 취소 결정에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3일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했다. 이어 4일 오전 유 장관은 끝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와 고비를 꿋꿋하게 넘어왔던 유 장관은 결국 딸 특채 논란을 겪으면서 2년 7개월 간의 장관 생활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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