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3] 제노포비아
[아! 대한민국-23] 제노포비아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7.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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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우리나라에서 다른나라 사람 보는 건/ 얼마나 신선한지요.
검거나 희거나 흑백 반반이거나/ 다른 피부색 다른 생김새를 보는 건 얼마나 신선한지요.
다른 눈동자, 다른 머리색/ 이국의 말소리/ 몸집과 표정과 걸음걸이
내 마음을 물들이는/ 나그네의 공기,
그 나그네들은 참 새로워/ 나는 기분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몸 속에 무슨 청풍이 이는 듯/ 남몰래 즐겁습니다
(끼리끼리 논다고/ 제 패거리 아닌 사람을 푸대접하는/ 친구를 본 일이 있습니다/
나는 그 친구를 경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른나라 사람 보는 건/ 얼마나 신선한 일인지요.

정현종(1939~)의 「다른나라 사람」

 

얼마전 몇 개의 사건이 터지면서 이들 사건과 무관한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싸잡아 인신공격성 비난이 쏟아지는 등 그 배타성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우려할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우리도 실업율이 치솟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사회불안이 겹치면 그것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유럽을 닮아가는가.

범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증오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땅에서 제노포비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초장에 막아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인 10만명당 강력범죄 사건은 676건이었지만 외국인에 의한 그것은120건에 지나지 않았다. 또 외국인이 한국인에 저지르는 범죄보다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저지르는 범죄가 훨씬 많다. 매우 조심스럽게 외국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 끼우자는 것이다.

첫째는 사회안전망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하는 일이다. 의지할 데 없는 그들에게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해야 한다. 둘째는 외국인들의 피해를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사기와 폭행 등을 당했을 때,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주고, 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외국인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예컨데 미등록 체류 외국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신고하면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강제추방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의 의식변화이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의식과 못사는 나라에서 돈벌러 왔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천박한 우월의식 따위는 세계화 시대에 하루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제노포비아의 나라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불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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