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청년실업 해소의 출발점
[특별기고]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청년실업 해소의 출발점
  • 문근찬<숭실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2.07.19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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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정의, 공정, 상생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정작 저자의 나라 미국에선 그리 알려진 책도 아니라는데 한국에선 100만부 이상이 팔려서 밀리언 셀러가 되었다.

이 딱딱한 철학 서적을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이 정의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는 사건임에는 틀림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10 말,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위원회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동반성장 위원회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기도 전에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말을 꺼냈다가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한 마디에 위원회 활동의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현재의 분위기는 한국 경제발전의 기반이 된 대기업에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 반대 편의 강한 거부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정국과도 맞물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사실상 재벌을 해체하려는 뜻을 감춘 경제민주화라는 방향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을 옥죄는 이들 일련의 해법들이 국가경제 상 더 나아가 정의 상 타당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혹시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인 대기업마저 경쟁력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또는 가진 자를 은근히 미워하는 정서의 다른 표현들이 아닐까?

솔직히 이 점에 대해서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가나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절대로 대기업을 두둔할 수 없어서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은 고용의 문제다. 지난 수 년간 우리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으로 그나마 기본적인 성장률을 달성해 왔으며, 그 결과 대기업은 나름대로 투자여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대기업들은 보유한 이윤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에는 주저하고 있으며, 또 투자를 한다 해도 일자리 창출에는 별 영향이 없다. 이는 대기업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대기업의 산업 구조가 이미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 있는 탁이 더 크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생존의 기로에서 겨우 유지되는 실정이라 새로운 투자로 성장을 꾀할 여력이 없다. 이 점이 현재 한국 사회의 고용문제의 핵심이다.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고, 대기업이 사용하는 부품, 원자재의 80%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들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역할에도 불구하고 생존의 기로에 선 채로 겨우 영위되는 터라 청년들의 일자리를 제공할 처우를 줄 수도 없다. 또 중소기업의 낮은 성과는 저축의 주체여야 할 가계가 점차 누적되어 엄청난 빚을 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모든 일을 해소할 가능성을 중소기업의 번창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앞으로 수년 간은 국가경제 상 자금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상 한국경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대기업 위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10대 주요 품목이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반을 넘는다. 이런 구조는 대외적인 경기 변동에 커다란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독일과 같은 나라는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중소기업이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30% 인데 비해 독일은 80%를 점할 정도로 독일은 강한 중소기업이 많다. 종합하자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수 많은 강소기업이 육성되어야만 한국 경제의 조로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사회를 급격히 활력을 잃게 하는 급성 질병이 되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마땅히 취직을 할 자리가 없다면 그 사회는 정당한 사회가 아니다.

정당한 사회란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이 정당성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사회의 대부분의 구성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중소기업에 가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현재 중소기업의 처우나 급여 수준이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도로 너무 차이가 크다. 이런 형편이라 한국인 특유의 자존심 상 도저히 첫발을 중소기업에 들여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문제의 첫 단추라 할 청년실업도 중소기업이 강해져야만 실제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강해지는 해법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문제는 그 해법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제도는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그 실현을 위해서 도달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너무 어렵다.

그런 것보다는 작지만 내실 있는 제도부터 시작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힘의 우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제품의 도면을 접수하는 행위는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로서 엄벌해야 한다. 품질보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말하지만 개발도면을 다른 납품업체에 제공한다면 당연히 개발과정을 건너 뛴 납품 업체는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할 수 있어 가격 후려치기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대기업 또한 갑·을 관계가 아닌 상생의 정신으로 주위에 강한 협력업체를 많이 키우는 것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일이라는 대범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면 중소기업의 이노베이션도 지금보다 원활해질 것이다. 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하여 점차 수익성이 개선되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정도의 처우가 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져진 한국의 청년들은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낼 활력소가 되는 선 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잠재력을 지닌 청년들이 지금은 무한 소모적인 스펙 쌓기에 세월을 낭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결론적으로 향후 일정 기간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부의 분배가 좀 더 돌아가는 구조가 요구된다. 하지만 그 수단은 인위적인 규제가 아니라 공정한 룰을 정착시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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