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경이 환호한 K-오페라 ‘이쁜이의 혼례’
[칼럼] 북경이 환호한 K-오페라 ‘이쁜이의 혼례’
  • 탁계석<본지 논설주간>
  • 승인 2012.07.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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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계석(예술비평가회장)
올해는 유난히 세계 여러 나라와의 수교가 많은 한 해인 것 같다. 한호 수교, 한카 수교, 한러 수교 등 즐비하다.

지난 7일과 8일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북경에서 우리 오페라가 무대에 올랐다. 물론 북경에서 오페라가 선보인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옛날 선명회 합창단, 부채춤, 국악, 사물놀이가 기념잔치의 단골 메뉴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어느새 예술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오페라로 문화 교류를 할 수 있을 만큼 질적인 도약을 한 셈이다.

사실 우리보다 서구 문화에 개방이 늦은 중국은 오페라가 관객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듯 했지만 한국의 전통 혼례 소재여서 정서 공감대가 매우 높았다. ‘혼례’야말로 국경이 없는 공통 화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양오페라가 주는 생경함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코믹한 소재가 강점으로 작용했고 이미 TV 역사드라마 등을 통해 익숙한 것이어서 흡수력이 빨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K-POP에 이어 고급문화이면서도 대중성이 높은 K-오페라가 관객에게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물꼬를 튼 셈이다. 이것은 국내에서의 관심을 훨씬 상회한 것이어서 K-오페라가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 스포츠의 열광은 한순간이지만 좋은 공연은 평생 잔잔하게 가슴에 남는다. 우리가 어렸을 적 보았던 시골 장터의 서커스나 인형극이 성인이 되어서도 반추하는 것은 그 압축된 예술의 힘 때문이다.

특히 이국적인 소재는 호기심과 동경을 준다. 그것은 정치나 이념의 갈등을 넘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매개로서 가장 탁월함을 갖는다.

이번 뉴서울오페라단(단장 홍지원)이 21세기극원에 올린 오페라 공연에는 왕소평 세계화평총회 주석, 중국기업합작촉진회부회장(中国企业合作促进会副会长), 우리 측에서 정효권 재중한국인회장, 정운찬 전 총리, 이규형 주중한국대사를 비롯해 정관제계 인사, 중국인민군해방군악군악단 및 북경 음대교수 등이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작곡가 임준희의 ‘이쁜이의 혼례’는 '맹진사댁 경사'를 김영무 작가가 각색한 것으로 우리 고전의 해학성이 넘치는 작품.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재인데 이를 반영하듯 우리 동포는 물론 중국 관객들은 특히 가족관객이 많았다.

우리 전통 무용과 아름다운 의상, 사물놀이가 상모를 돌리며 한껏 신명을 풀어내자 박수를 맞춰 가며 마음껏 즐기는 모습은 가깝고도 먼 중국이 아니었다. 불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이처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대 예술이 갖는 최대 장점이다. 때문에 앞으로 우리 국악과 양악이 융합된 총체물로서의 K- 오페라는 K-pop과 함께 새로운 문화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수교 당시 64억불이었던 양국의 교역은 2,456억으로 38배 증가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되었고 한국은 중국의 3위 무역국이 되었다. 지난해는 25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였다니 거꾸로 우리 문화가 뻗어갈 가능성도 무한하게 열리지 않겠는가.

오페라를 알리는 포스터에 ‘중국은 문화대국, 한국은 문화강국’이란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 우리가 문화강국으로서 지구촌 곳곳에 뿌리 내린 우리 교포들을 찾고 세계인들에게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면 우리의 문화 영토는 그만큼 더 넓어질 것이다.

그것은 참혹한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이처럼 성장한 나라가 없다는 세계인의 찬사에 또 하나의 자긍심을 심는 일이 아닐까 싶다. 변화된 코리아의 멋을 심은 멋진 한중 문화수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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