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진 김성환 전 뉴욕 브루클린한인회장
[인터뷰] 한국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진 김성환 전 뉴욕 브루클린한인회장
  • 김일동 기자
  • 승인 2012.08.02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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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한국처럼 자전거길이 잘 돼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특히 한강변의 자전거 길은 세계 최고예요.”

김성환 전 뉴욕 브루클린한인회장이 ‘월드코리안’을 방문해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사업차 서울에 온 그는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틈나는 대로 자전거를 몰고 나간다. 한국에 특별한 친척이 없는 그는 지난해 추석 때는 부산서 서울까지 3박4일간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했다.

“하루 150km씩 8시간 페달을 밟았지요. 지금처럼 한강-낙동강을 잇는 자전거 길이 완성되지 않아 예전 국도로 올라왔습니다. 김해에서 대구 올 때 청도 부근의 팔조령 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는 인터넷에서 서울 올라오는 길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를 출력해 갖고 다녔다. 4일 동안 자전거 펑크가 6번 났는데, 보은에서는 자전거가 완전 고장나 3km를 끌고가기도 했다고 한다.

“추석 때라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애를 먹었어요. 가게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막걸리 한 사발 얻어먹기도 했어요. 청도에서는 감이 예뻐 하나를 따니까, 왜 따느냐고 묻더군요. 자전거로 서울까지 올라간다고 하니까 대추와 감을 한보따리 싸줍디다. 시골의 풍성한 인심을 새삼 확인했어요.”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가려면 준비물이 상당하다. 25kg 배낭을 메고 가는데, 그 안에 간식, 옷, 자전거 튜브, 공구, 바람 넣는 에어펌프 등을 넣는다. 옷을 많이 갖고 갈 수 없으니, 저녁 때 모텔에 가면 옷부터 빨아서 밤새 말린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전화카드, 약품, 캔디,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는 디스카운트 도매상을 경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로 관세가 없어진 물품의 한국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또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에서는 퓨전식당을 열 계획으로 있다. 미국에서 중식당을 해본 경험을 살려볼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 간 지 31년째라고 했다. 인천에서 삼성전자 대리점을 하던 시절 뉴욕으로 연수를 갔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슈퍼를 운영했다. 장사가 잘돼 가게 3개를 운영했는데, 1980년대 중반 기름값이 폭락했다. 석유로 먹고 사는 휴스턴 경기도 엉망이 돼버렸다.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매사추세츠 주 마사스 비녀드(Martha's Vineyard)라는 섬으로 여행 갔다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사스 비녀드는 예전 케네디가의 휴양지로,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보내는 유명한 곳이다.

마사스 비녀드는 김 회장이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 섬에서 5년간 중식당을 경영했고, 5년은 소형 스쿠터와 자전거 렌트사업을 했다. 자전거의 매력을 처음 안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도시는 자전거를 타기가 적당하지 않다. 뉴욕은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금하고 있다. 찻길로 다녀야 하는데, 차가 많아 자전거 타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안 타면 자꾸 술을 먹게 돼요. 혼자 밥 먹으러 가기도 그렇고. 자전거 동호회도 있지만, 시간이 안 맞아 주로 혼자 자전거를 탑니다.”

그는 지금 서울 가양대교 부근 오피스텔에서 산다. 집에서 나와 김포공항-인천 송도-소래포구-안산-수원 등지로 다닌다. 휴일에는 판문각 통일동산까지 올라간다.

“혼자 살면 잡념이 많아져요. 자전거를 타면 밥맛이 좋아지고 잠도 잘 와요. 또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맛집도 많이 알게 되고요. 잘 먹고, 잘 자니까 건강에도 도움 되지요.”

그는 당뇨와 갑상선 질환이 조금 있었는데, 자전거를 탄 후 싹 없어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좋잖아요. 가로등을 환하게 밝혀놓아 밤에 자전거 타도 위험하지 않아요. 앞으로 4대강 길 따라 부산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최근까지 브루클린한인회장을 역임하셨는데, 뉴욕 한인들은 어떻습니까?

“브루클린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브루클린의 한인들은 그동안 채소가게를 많이 운영했는데, 지난 2008년 통과된 그린카트법으로 길거리 채소가게가 허용됐어요. 원래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벤더가 지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품목으로 영업하도록 했지만, 실제는 불법 그린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한인 청과상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어요.”

채소가게는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아 아이티 등 중남미 이민자들이 많이 진출한다. 우리나라 이민 1세대들이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대학 나온 2세들이 물려받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뉴욕 플러싱의 메인 스트리트에 20년전부터 한국인들이 진출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차이나타운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인들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건물을 매입해버린 겁니다. 한인2세들이 살아갈 새로운 직종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머뭇거리면 한인타운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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