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케 뻗은 실뿌리를 시멘트벽에 흡착시켜
비바람 불 땐 몸 낮추며
고지를 오르는 푸른 일념
잡아주는 손 없어도 쉼 없이 더듬으며
서둘지 않는 여유가
벼랑에 가득한데
많은 봄을 지나오며
평탄한 길만 찾은 나는
꼭대기는 고사하고
밑둥치만 맴돈 몇 수 아래
벌떼 같은 이파리로
모진 절박을 덮고 가는
끈질긴 투쟁 앞에 감격만 차오를 뿐
물기 없는 벽이지만 한발 두발 점령하며
멈춤 없는 저 전진에
절로 생기는 부끄러움이다.
(이용대 제4시집 ‘저 별에 가기까지’ 61쪽에서)
배우는 것이란
대체로 담쟁이는 누가 따로 심지는 않습니다. 집을 짓고 담을 올리면 몇 년 안가서 어디서 날아와 싹을 틔웠는지 담 벽을 타고 오르는 줄기 식물을 봅니다. 벼랑엔 새들도 벌들도 깃들지 못하는데 가는 줄기를 내어 기어오르는 모습은 가히 극한 생존 투쟁 그것입니다. 줄기를 뻗고 더듬이 손으로 틈새를 붙듭니다. 그리고 동시에 착근하여 단계 단계 줄기를 고정 시킵니다. 눈이 있어 앞을 보는 것도 아니고 발바닥에 접착제를 발라 고정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타고난 천성으로 이루어 갑니다. 넓은 잎으로 줄기를 덮으며 가뭄을 이기고 전진합니다. 오직 오르겠다는 푸른 일념과 그러나 서둘지 않는 여유가 만만합니다. 절벽을 점령하려는 무서운 집념만이 가득합니다. 그것을 보는 집 주인도 거두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야박한 사람이라 해도 생명의 끈질긴 투쟁의 모습을 가상히 여기는 모양입니다. 무성한 잎으로 아파트 벽을 온통 장식하며 자라는 담쟁이를 보면 박수를 보냅니다. 말 못하는 식물에서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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