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우리말 지키는 세계한인사회 '어머니'들에게 갈채를!
[수첩] 우리말 지키는 세계한인사회 '어머니'들에게 갈채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08.1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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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의 '2012 재외 한글학교 교사 연수'를 보고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하면 누구나 주먹을 쥐고 분노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양사람들이 매화를 ‘일본살구(Japanese Plum)’라고 하고, 은행나무를 일본 발음대로 ‘긴코(Ginkgo)’라고 불러도 화를 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상징인 나전칠기가 ‘재팬(japan, 옷칠)’이 되는데도, 인삼이 ‘진셍(Ginseng)’이 되는데도, 애국가의 동해물이 ‘일본해의 물(Sea of Japan)’이 되는데도 관계없다고 한다면 머지않아 김치는 ‘기무치’로 바뀔 것입니다.

‘장미는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답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믿지 마세요. 얼마 전 중국에서는 인터넷 투표로 나라새(國鳥)를 단정학(丹頂鶴)으로 선정했지만 금새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뜻밖에도 그 새의 학명이 ‘일본학(Japanese Crane)’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토와 국어의 두 조국에서 삽니다. 군인이 나라를 지키듯이 시인은 나라말을 지키지요. 나라 땅을 지킬 때는 누구나 군인이 되고, 나라말을 지킬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중에서 나오는 말이다. 인문학의 중요성과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80초짜리 공익광고다. 이 문구와 부딪친 것은 페이스북에서였다. 버지니아한인회 페이스북에 이 글과 함께 ‘나라 땅을 지킬 때는 누구나 군인이 되고, 나라말을 지킬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는 글을 담은 그림이 올라있었다.

이 글을 보면서 얼마전 경희대학교 용인캠퍼스에서 열린 행사를 떠올렸다. 재외동포재단이 개최한 2012 재외한글학교 교사 연수 행사였다. 해마다 열어온 이 행사에는 올해 세계 52개국에서 202명의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했다.

행사는 7박8일간 개최됐다.  여수엑스포와 전남지역을 둘러보는 행사도 열렸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7박8일간의 일정을 끝내는 날이었다. 하지만 폐회식 전에도 강연이 있었다. 음악을 곁들여 한국 가요를 소개하는 강연이었다.

“로큰롤은 백인 리듬과 흑인 리듬이 섞인 것입니다. 엘비스 플레슬리가 최초의 수퍼스타입니다. 이어 비틀즈지요. 하지만 비틀즈보다 불과 6개월 뒤에 나온 ‘노란 샤쓰 입은 아가씨’를 들어보세요. 우리가 훨씬 수준이 높아요”

강사는 가수 신중현의 ‘빗속의 여인’도 극찬했다. 구어체가사를 처음 도입하는 등 혁명적이었다는 것이다. 가수 정훈희의 ‘안개’는 당시 국제가요제로 이름 떨쳤던 동경가요제에 입상했다. 하지만 정훈희가 입상할 때 ‘워털루’의 아바는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에 담은 것입니다. 70년대에 들어오면 작곡가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뜹니다” 결론은 분명했다. 우리 가요수준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날 K-pop 붐이 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한글학교 선생님들은 이런 강연에 귀를 기울이면서 때로는 음악에 맞춰 손뼉도 치고, 몸도 흔들었다. 그런 가운데 한가지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압도적으로 여자선생님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90% 이상이 여자선생님이라고 할 정도였다.

“세계의 우리 어머니들이 자기 자녀 가르치는 심정으로 한글학교 아이들을 가르치지요”라고 옆에서 있는 최정인 선생이 말을 건넨다.미주한글학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행사때 세계한글학교협의회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들. 우리말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면서 보존하고 전승하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세계 한인사회의 ‘어머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 문화를 지키는 ‘군인’이자 ‘시인’인 세계 한인사회의 '위대한 어머니들'에 격려와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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