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의 세상보기] 더 이상 구경꾼이어서는 안 된다
[김동석의 세상보기] 더 이상 구경꾼이어서는 안 된다
  • 김동석<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승인 2012.08.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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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17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개막됐다. (레이건 재임을 포함)내리 12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해 온 공화당은 이번에도 또 한 차례 대통령 당선을 자신했다. 상대당 후보가 보잘 것 없는 아칸소 주의 빌 클린턴 주지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스턴 전당대회는 후보선출의 자리라기보다는 당선축하 축제파티 같았다. 비록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필자에게 이 휴스턴 전당대회가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은 대회 개막 첫 연설자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원으로 최초의 연방하원에 당선된 캘리포니아의 김창준(Jay Kim)의원이 “ Hard work always pays in America " 란 제목으로 힘찬 연설을 했다. 민주당의 복지우선의 정책을 비판하는 (필자에게는)마당찮은 내용이었지만, 여하튼 현직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하는 전국전당대회의 첫 연설자로 한국인이 나섰다는 것이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아시안 표를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 전략이었으리라 짐작하지만 그의 연설도중에 전국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이 ‘제이 킴, 제이 킴’을 외치면서 환호하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거의 달인(캠페인의 귀재)인 클린턴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지만 전당대회장에서 한인정치인이 연설자로 나섰다는 사실은 필자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고 역사적으로도 영원히 기록될 일임에 분명하다.

미국정치를 공부하고 더구나 현실 정치현장에서 정치인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그들의 권력 놀음을 알 만큼 안 상황에서 호기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가했던 전당대회는 2008년 콜로라도 덴버의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만들어 내는 민주당의 성스러운(?) 축제의 장이었다.

미국 인구의 3/4이 백인임에도 전당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면면은 유색인종이 더 많은 듯했다. 특히 앨라배마, 애리조나,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에서 단체로 참가한 흑인들의 숫자가 엄청났다. 1990년대부터 각종 정치행사에 수도 없이 참가했지만 필자에게 이때만큼 편안하고 신났던 정치행사가 없었다.

흑인대통령을 기대하는 벅찬 감격도 그렇지만 필자에게 덴버 전당대회가 아주 짜릿한 감격을 주었던 일은 따로 있다. 전당대회 둘째 날 그러니까 2008년 8월25일이었다. 오바마를 누르고 하마터면 대통령후보가 될 뻔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연설자로 나와서 수많은 참가자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흥분된 분위기를 침착하게 가라앉히기 위한 다음 순서는 ‘미국을 축복해 주소서!’란 기도시간이다.

미국뿐만 아니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주 무대(Main Stage)위에서 기도를 이끌 목사님이 한인이었다. 한인 목사 부부가 단상에 올랐다. 한인 목사 부부는 전당대회장의 대의원과 내빈, 그리고 전체 청중들의 기도를 이끌었다. 부부가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오바마 후보에게 지혜를 내려주고 대의원들에게는 축복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다.

콜로라도 주 덴버시의 중앙연합감리교회 강진호, 강영숙 부부목사였다.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시큰둥한 것은 필자만이 아니고 아마도 이 장면을 접한 모든 한인들은 한결같았을 것이리라. 어느덧 4년이 흘러서 대선 전의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지금 그때의 짜릿했던 감동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공화. 민주 양당의 전당대회(convention)는 4년마다 열려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 그 외에도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당규를 제정한다. 참석 대의원은 공화당의 경우 주별로 일정 인원이 할당되어 있고 후보자는 예비선거에서 득표한 만큼의 대의원을 차지한다.

민주당의 경우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중시하면서, 전당대회의 안정성을 위해 민주당 출신 주지사 전원과 민주당 소속 연방 상·하의원의 80%를 대의원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각 당의 대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각계각층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통의 미국인보다 더 부유하고 정치적 관심도 많은 미국인(?) 다운 미국인이다.

양당의 대의원들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민주당 대의원이 보다 젊고 흑인, 여성, 이혼자나 독신자, 근로자 등이 많은 반면 공화당 대의원은 45세 이상의 중년에 백인, 기혼자, 기독교인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양당의 전당대회는 4박5일간 진행된다.

대통령 후보 지명과 후보 수락연설은 보통 주말 밤 8시와 10시 사이에 함으로써 TV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공화당은 8월30일 금요일, 민주당은 9월7일 금요일) 후보 수락연설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시작이니만큼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고 매우 신중하면서도 극적 효과를 내려고 별 아이디어를 다 동원한다.

미국의 공화당을 GOP(Grand Old Party)라 부른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연방정부 축소와 주정부 권한 증대, 개인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확대를 기본노선으로 하며, 지지기반은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다수파인 백인과 기독교이고 자본가편인 대기업이 기반이다. 민주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민주당은 초기엔 남부의 백인, 변방 정착민들, 도시 근로자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주요 기반이었으나 지금은 남부 백인 대신 흑인, 유태인,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과 중소기업, 노동조합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양당의 상징은 공화당이 코끼리, 민주당이 당나귀이다. 민주당은 당나귀가 날래고 현명하며 용기 있고 겸손하다고 추켜세우고 있고, 공화당은 위엄 있고 점잖으며 강하면서도 이지적인 코끼리가 자기들과 닮았다고 주장한다.

모르몬교도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8월27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흑인대통령을 연임시키려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9월3일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롯에서 개최된다. 정치적인 대전환기의 2012년 양당의 전당대회에 대하여 미주한인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다. 이번 이 정치행사는 우리가 곧 당사자이다. 당사자 입장에서 전당대회를 감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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