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출신이 정부와 청와대 '쥐락펴락'
외무고시 출신이 정부와 청와대 '쥐락펴락'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9.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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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외교통상부 북미라인 인맥지도

 
2세 외교관이 외교통상부 내에 갑자기 늘어난다는 비판에 대해 흔히 나오는 반론은 "외교관 자녀는 인재 탱크 집단"이라는 것이다. 외교관 자녀가 많으냐 적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외교부 안에서 어떤 구실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찬가지 논쟁은 이명박 정부 안에서도 벌어진다. '영원한 공무원 인재 탱크' 외교부 북미 라인 이야기다. 외교부 주류가 북미 라인(북미국ㆍ주미 대사관)이었던 것은 늘 그랬던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북미 라인의 약진은 특히 눈부시다. 한 나라의 외교ㆍ안보ㆍ통일ㆍ국방ㆍ경제가 모두 외교부 북미 라인 손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대표 사례가 NSC 사무처가 폐지되고 대신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과거 NSC가 잘 굴러가던 시절에는 이종석 사무차장으로 상징되는 청와대의 힘이 부처를 견제하고 조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현재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는 '조정' 기능이 없다. 외려 외교통상부의 힘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현재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고정 참석자는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다. 이 6명 가운데 4명이 외무고시를 통과한 외교부 인맥이며 좀더 정확히는 북미 라인이다.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986년 미주국(북미국) 북미과 과장, 1996년 북미국 국장을 거쳐 워싱턴 주미 대사관 참사관과 심의관을 거쳤다. 조정회의 간사를 맡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997년 주미 대사관 참사관, 2000년 북미국 심의관, 2001년 북미국 국장을 지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외무고시 7회, 조중표 국무총리 실장은 외무고시 8회다.

외교부 출신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부터 전면에 등장했다.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이 이명박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명박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자 외교부 출신은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 영향을 끼쳤다. 한때 통일부 폐지가 거론된 것이나 결국 NSC 사무처를 없앤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억눌렸던 기억의 보상이라는 평이다.

국무총리실에도 '북미 라인' 포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이었고 지금은 외교안보 전문지 <디앤디 포커스>를 내는 김종대 편집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그래도 청와대가 외교부를 통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NSC와 민정수석실이 외교부를 통제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외교부를 통제하는 세력이 없다. 오히려 청와대 그 자체가 외교부가 되어간다.

<디앤디 포커스> 8월호는 청와대 내 외교부 인맥을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청와대 외교비서관실 행정관 7명 중 4명이 외교관이며, 대외전략비서관실 행정관 9명 중 3명이 외교관이다. 국방비서관실과 통일비서관실에도 외교관이 각기 1명씩 포진했고, 의전비서실은 절대 다수가 외교관이다. 정책기획수석실 요직에도 외교관이 자리를 잡았다.
 

 
국무총리실도 마찬가지다. 한승수 국무총리 자신이 주미 대사, 외교부 장관 출신이며, 김은석 외교안보정책관도 주미 대사관 공사ㆍ참사관을 지냈다. 한승수 총리와 김은석 정책관은 북미 라인에 속한다.

중요한 것은 외교부 출신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이들이 어떤 구실을 하느냐다. 대한민국 정부 내 '가장 똑똑한 인재 탱크'라는 외교부 출신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데도 국정 운영이 그리 똑똑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소동으로 국제 망신을 사는가 하면, 대북 관계는 돌파구를 전혀 못 찾는 상황이다. 미국을 포함해 4대 강국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한다. 쇠고기 부실 협상으로 나라가 흔들릴 때 외교부는 그 중심에 있었지만, 책임은 농림부 등이 졌다. 8월 초 유명환 장관, 이태식 주미 대사 경질설이 나돌다가 미국의 독도 영유권 표기 원상회복 선언 한 방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5년 전 1500명 수준이었던 외교부 인원은 지금 2200명 선이다. 예나 지금이나 외교부는 나라의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외교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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