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FJ칼럼] 독도 영유권 문제를 생각한다
[KSFJ칼럼] 독도 영유권 문제를 생각한다
  • 이광호<일본 게이오대 교수>
  • 승인 2012.10.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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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마찰 피하고, 대립을 관리해야"

이광호 일본 게이오대 교수
이런 말을 하면 ‘국민’이 아니라고 두들겨맞을지 모르겠으나,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냐는 문제는  한 개인 한 생활자로서의 나에게 별 관계없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독도 영유권이 무슨 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관광삼아 독도에 가보는 것은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도 든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일본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독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마찰이 일어나면,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일본측의 ‘망언’에 화가 나고, 조금 흥분하고, 그리고 진절머리를 친다.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을 규탄하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친다. 영유권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던 일본인들도, 한국의 ‘불법점거’를 비난하고, 거침없이 불쾌감을 드러낸다. 우리가 모두 어느 나라인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상기하고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 자각의 도가 지나치면, 멋지게 골을 넣은 뒤에 원숭이 포즈를 취하거나, 사전에 도모해서 만세삼창을 외치거나, 승리에 들떠 앞뒤 못가리고 시위를 한다. 바다를 헤엄쳐 독도로 건너가는 배우, 그에 반발해 부당한 제재를 언급하는 어린애같은 정치가, 식민지 수난의 상징을 모욕하는 ‘우익남성’, 그 남성에 대한 보복으로 외국공관에 트럭을 타고 들이닥치는 ‘애국남아’들도, 지나치게 ‘국민’으로 길러져, 지나치게 ‘국민’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민에게 있어 영토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보전의 대상이다. 분명한 근거를 들며 ‘우리꺼’라고 주장해도, ‘아, 그럼 가져가세요’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상대방이 주장하는 영유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그래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설령 알고 있어도 그 근거의 타당성과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공정한’ 제3자의 판단으로 해결하자고 일본측은 호소하지만, 제3자의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센카쿠섬에 대한 일본측의 대응처럼, 이미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한국이 일부러 소송에 응할 까닭이 없다.

영토문제는 결국, 전쟁으로 끝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제법 현실을 간파한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전쟁에서 어느 한 쪽이 승리해 섬을 점령하면,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오히려 전쟁으로 문제가 꼬여, 더 깊은 원한의 수렁으로 빠져버리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영유권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영유권문제의 해결인 것은 아니다. 영유권을 분명히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양국의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그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립이 더 거세지는 일은 있어도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결국 한국에 유리한 얘기’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영유권을 분명히 하려는 노력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쌍방의 영유주장 때문에 가끔씩 발생하는 대립과 마찰을, 넓어지지 않게, 깊어지지 않게, 현명하게 ‘관리’해 가는 것, 그것만이 영유권문제의 ‘해결’인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세상의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있어, 어느 나라인가의 국민이 되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지만, 좀 더 ‘국민’을 쉬고, 게으름피우고, 잊어버리는 것이 그 ‘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심각하게 생각해본다.

<본 칼럼은 '한국인연구자포럼(Korean Scholar Forum in Japan)' 회원들의 '회원광장' 기고문이다.일본어로 작성된 것을 본지 게재를 위해 필자가 직접 우리말로 번역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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